숙취 없는 아침

깨끗한 머리로 맞이한 느린 시간

by 소소연

토요일 밤,

술을 마시지 않은 채 집에 돌아와

그대로 잠들었다.


알람 없이 눈을 떴다.


아직 아침이라고 부르기엔 이른 시간인데

머리가 이상할 만큼 또렷했다.


예전의 일요일 아침은

늘 비슷했다.


눈을 뜨자마자

‘어제 내가 어디까지 마셨더라’

기억을 더듬고,

속부터 먼저 살피는 시간.


머리는 무겁고

입안은 바짝 말라 있었고,

침대에서 일어나는 데에도

작은 결심이 필요했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몸이 먼저 일어나자고 했다.

억지로 깨운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눈이 떠졌다.


창문을 열자

차가운 겨울 공기가 들어왔다.

머리가 더 맑아졌다.


물 한 잔을 마셨다.


어제의 술을 씻어내기 위한 물이 아니라,

그냥 마시고 싶어서 마시는 물이었다.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이

바닥에 길게 내려앉아 있었다.


나는 그 햇살을 보며

잠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이 ‘아무것도 하지 않음’이

이렇게 편안할 수 있다는 걸

예전에는 몰랐다.


숙취가 없으니

하루가 급하지 않았다.


뭘 먹을지,

어디를 갈지,

무엇을 해야 할지

서두를 이유가 없었다.


몸이 가벼우면

마음도 자연스럽게 느려진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


일요일 아침이

회복의 시간이 아니라

시작의 시간이 될 수 있다는 사실도.


술을 마시지 않았을 뿐인데

하루가 이렇게 길어졌다.


아니,

하루가 길어진 게 아니라

내가 하루를 온전히 갖게 된 것 같았다.


숙취 없는 아침은

단순히 머리가 맑은 상태가 아니라,

나를 다시 하루의 주인으로 돌려놓는 시간이었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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