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명으로서의 나

ADHD, 우울증, 불안장애.

by 또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익숙한 단어들이 내 진단서 위에 또렷하게 적혀 있었다. 사실 나는 이미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진단을 받았을 때 크게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안도에 가까웠다. 막연했던 내 모습에 이름이 붙었고, 이제는 객관적인 시선으로 나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으니까. 그리곤 내가 힘들어했었던 시간들이 필름처럼 머릿속을 지나갔고 그 이유들이 막연하게나마 설명되었다.


어릴 적부터 대화에 집중하는 게 어려웠다. 상대방의 말보다 내 마음속에 올라오는 감정이 먼저 반응했다. 상대의 표정, 말투, 작은 틈새의 분위기까지. 말보다 감정의 기류를 먼저 느꼈고, 거기에 압도되었다.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깊이 상처받았고, 나는 그 말의 의미를 곱씹고 또 곱씹었다. ‘혹시 나를 싫어하게 된 걸까?’ ‘내가 또 이상했나?’ 타인의 반응 하나하나에 과민하게 반응하며, 나의 하루는 자꾸만 무거워졌다.


특히 작은 비판이나 별뜻 없는 조언도 나에게는 거절처럼 느껴졌다. 부정당했다는 감정이 마음에 콕 박히면, 하루 종일 무기력하고 낙담했다. 나를 싫어할까 봐, 실망시킬까 봐, 내가 이상하다고 느낄까 봐. 그 불안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나중에서야 이 모든 감정들이 ADHD의 정서적 민감성과 반응성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게 되었다. 주의력이 산만한 게 아니라, 내 안의 감정 자극이 너무 컸던 것이었다. 집중하지 못했던 건, 몰라서가 아니라 감정이 너무 커서였던 거다.


이제야 내가 왜 그렇게 지치고, 위축되고, 두려움에 떨었는지 설명이 되었다. 그리고 자연스레 따라온 건 자기 비난이었다. ‘나는 왜 이렇게밖에 못 해?’, ‘왜 나만 이렇게 예민한 거지?’ 이런 질문은 결국 우울과 불안을 더 깊게 만들었다.


내 마음을 내가 괴롭히는, 끝없는 자기 의심과 감정소용돌이. 그곳에서 벗어나고 싶었고, 그래서 나는 나를 다시 들여다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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