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나에 대해 알고 싶었다. 나답게 살고 싶다고 말했지만, 내가 누구였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어느 무리에 있든 튀고 싶지 않았고, 갈등을 겪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언제나 다수의 의견에 따르며 무난하게 지냈다. 상대방의 기분을 먼저 살피고, 그에 맞춰 말하고 행동했다. 또한, 나는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보다 유행하는 것들을 따라 했다. 예전에는 바디프로필을 찍기 위해 운동했고, 요즘엔 다들 뛰니까 나도 러닝을 시작했다.
하지만 문득, “무엇을 하며 힐링하세요?” 그 질문 앞에서 할 말을 잃었다. 무엇이 싫고, 무엇이 좋은 지조차 잘 모르겠는 나 자신을 마주했다.
게다가 기억도 흐릿했다. 상처받은 일들이 있었다는 건 알지만, 구체적인 장면이 잘 떠오르지 않았다. 의식적으로 잊으려 애쓴 시간들이 쌓이다 보니, 이젠 정말 기억에서 지워져 버린 것 같았다. 감정을 느끼지 않으려고 애쓴 결과, 내 감정은 흐려지고 안개처럼 부유하게 되었다. 나를 향하던 감정들도 방향을 잃은 채 떠돌고 있었다. 무엇이 나였는지, 어디까지가 내 마음이었는지.
이는 단순한 건망증이 아니다. 우울증과 ADHD가 함께 작용하면, 감정적으로 고통스러운 사건을 떠올리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뇌는 나를 지키기 위해 기억을 ‘무디게’ 만드는 선택을 한다. 감정을 잘라내고, 아픈 장면을 빠르게 덮는다.
ADHD 특성상 감정의 기복이 심하고, 충동적이며, 순간의 감정이 강하게 튀어나온다. 하지만 이 감정은 지속되지 않기에, ‘왜 그런 일이 있었는지’ 정리되지 못한 채 그대로 기억 저편으로 흘러가버린다. 결과적으로는 사건의 연결고리를 잃어버리게 된다. 이렇게 나는 내가 왜 힘들었는지도, 어디서부터 엉켰는지도 가끔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나쁜 기억을 밀어냈다는 건, 어쩌면 그만큼 버거웠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