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만만한 사람이 되었을까

by 또이

나는 늘 타인의 마음을 먼저 헤아렸고, 나의 상처는 뒤로 했다. 상대가 나쁜 사람이 되지 않도록 내가 나쁜 사람이 되기로 했다. 그래서 만만해졌다. 아니, 만만한 척을 했고, 어느새 그것이 진짜 나처럼 굳어졌다.


ADHD와 함께 흔히 나타나는 거절민감성(Rejection Sensitivity)은 거절당할지도 모른다는 상상만으로도 심한 불안이나 자책을 유발한다. 그래서 사람들의 감정을 먼저 살피고 방어적으로 행동하게 되었다. 그렇게 나의 감정보다 타인의 감정과 상황을 우선시하게 되었다. 결국 나의 감정을 스스로 억누르고, 타인의 감정을 수용하는 착한 역할에 스스로 갇혀버렸다.


나는 사회적 민감함을 가지고 있다. 타인의 표정, 말투, 분위기를 누구보다 빨리 감지했지만 그 감정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더 커져서, 경계를 지키지 못한 채, 그저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결국 만만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너무 이해하려고만 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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