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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깊은 바다 May 11. 2021

길거리 흡연

60대쯤 돼 보이는 남자 둘이 길을 걷고 있었다. 거무튀튀한 얼굴에는 웃음꽃이 가득했다.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운 듯했다. 그들은 마스크를 턱에 걸쳤다. 입에는 담배가 물려 있었다. 한 모금 길게 빨더니, 연기를 내뱉었다. 마치 누가 더 많이 내뿜는지 겨루는 듯했다. 그 냄새는 뒤따르는 내게 온전히 전해졌다. 잠시 후 꽁초를 바닥에 내던지고, 사정없이 발로 비볐다. 불씨라도 끄는 걸 고마워하라는 것처럼 말이다.     


담배도 기호 식품이기 때문에 피운다고 뭐라고 하고 싶진 않다. 다만 그 권리는 의무를 다해야 누릴 수 있다고 강조하고 싶다. 코로나 19가 퍼지면서 공공장소에서는 마스크를 써야 한다. 그것은 내 건강을 돌볼 뿐만 아니라 타인을 배려하는 것이기도 하다. 대부분은 그 사회적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질서를 어기면서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일부 길거리 흡연자들이다.  

   

요즘도 길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들은 코로나 19 시국에도 자신의 얼굴을 당당히 드러낸다. 담뱃세를 성실히 내는 납세자라는 걸 자랑하고 싶은 듯하다. 어쩌면 그래서 꽁초도 함부로 버리는지 모르겠다. 자신이 낸 세금에 청소 비용도 포함되어 있다고 착각하면서 말이다.   

  

길거리 흡연자는 대부분 꽁초를 길에 버린다. 다 피우면 그 장소가 버리는 데가 된다. 가끔은 법을 지키지 않는 사회 지도층을 향해 분노하며, 온 힘을 모아 가래침을 뱉어 내기도 한다. 보이는 데 버리면 줍기라도 쉬울 텐데, 자신의 치부를 숨기고 싶다는 듯 하수구로 내던진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인류에게 전가된다. 

    

지난해 발표된 환경부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하루 1,200만 개의 꽁초가 버려지고, 바다로 흘러가는 양은 하루 0.7t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특히, 꽁초 필터를 만드는 미세 플라스틱은 잘 분해되지도 않아서 플랑크톤에서부터 해양 포유류의 몸에 축적되어 해양 생태계를 파괴한다. 결국, 무심코 버린 꽁초는 보이지 않게 분해되어 우리 식탁에 오르는 것이다.   

  

길거리 흡연자들은 자신의 행동이 자유이며 권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창피한 줄을 모른다. 공공장소에서 흡연자에게 담배를 꺼달라고 했다는 이유로 시비가 생겼다는 뉴스가 종종 나온다. 한 흡연자는 건널목에서 유아 차를 끈 아기 엄마가 담배를 꺼 달란다고 쫓아가서 뺨을 때렸다고 한다. 이런 사람들 때문에 ‘길빵충’(길거리를 다니며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길거리 흡연의 가장 큰 문제점은 우리 아이를 포함한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건널목, 버스 정류장, 학교 앞 장소를 가리지 않고 담배를 피워 댄다. 간접흡연을 피할 수도 없이 당하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2002년 한 어린이가 흡연 중인 보행자의 담뱃불에 실명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 일로 엄격한 흡연 규제법이 제정되었다. 일본의 흡연 정책은 비흡연자와 흡연자를 철저히 분리한다. 인구의 50%가 사용 가능할 정도의 흡연실을 설치해서, 그 바깥에서 담배를 피우면 최고 22만 원의 벌금이 붙도록 했다. 일본의 사례와 같이 흡연권을 보장하면서 그 책임을 다하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현행법상 금연 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면 10만 원 이하의 과태료, 꽁초를 버라면 3만 원의 범칙금을 내야 한다. 코로나 19 때문에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1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붙는다.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면 최대 23만 원 이상 과태료를 내야 하는 범법자가 되는 것이다. 자신의 권리는 의무를 다해야 정당화된다. 법과 사회적 약속을 벗어나면 부끄러워해야 한다. 그것이 성숙한 시민 의식이자 공동체 의식이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갈까 봐 걱정하며 담배를 태우는 어른과 남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욕구를 채우는 ‘길빵충’ 중 무엇이 될 것인지는 흡연자가 선택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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