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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깊은 바다 Oct 13. 2021

살 빼기

살 빼기


중학교 때 한 친구가 나를 보며 츄파춥스 같다고 했다. 머리는 크고 몸이 가는 막대사탕과 닮았었나 보다. 지금은 올챙이라는 별명이 더 어울릴 것 같다. 머리는 그대로이지만 배가 불룩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40대 중반인 내 몸은 비만이다.

 

비만도를 평가하는 방법으로 체질량지수를 많이 사용한다. 체중(kg)을 키(cm)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다. 이 지수가 20 미만이면 저체중, 20~24는 적정 체중, 25~30은 경도 비만, 30 이상이면 중도 비만이다. 내 체질량지수는 25.6이다. 우리나라 40대 남성 100명을 기준으로 작은 순을 1번으로 했을 때 65번째에 해당한다. 적정 체중이 되려면 현재 몸무게에서 15근을 빼야 한다.

 

어렸을 때 할머니는 나를 안쓰러워했다. 몸이 약한 게 연년생으로 태어난 동생 때문에 엄마 젖을 많이 못 먹어서라고 생각했다. 입도 짧았다. 아내가 아들이 반찬 투정이 심하다고 하면 어머니는 다 자기 아빠를 닮아서 그렇다고 말한다. 거기다가 10리가 넘는 길을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다녔으니 살 찔 틈이 없었다.

 

대학 졸업 때까지도 중학교 때와 비슷했다. 내가 다닌 해양대학교는 대부분의 학생이 4년간 기숙사 생활을 한다. 저녁 인원 점검이 끝나면 하루가 멀다고 통닭과 라면을 먹었다. 술도 들이부었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많이 마셨다. 그래도 몸무게는 60kg 초반대였다. 그러면서 살이 안 찌는 체질이라는 착각에 빠졌다. 새벽마다 30분 이상씩 구보를 하고 저녁마다 규칙적인 운동을 했던 것을 간과했다.

 

대학 졸업 후 배를 타면서부터 몸은 망가졌다. 보통 한 달 가까이 항해하는데, 움직일 수 있는 데라곤 망망대해에 떠 있는 배뿐이다. 운동량이 적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이등 기관사가 되면 자정부터 새벽 4시까지 당직을 선다. 공식적으로 야식을 먹는다. 일이 끝나면 맥주 몇 캔을 마시고 잠을 잤다. 이때부터 지방이 쌓였다. 삼 년 타던 배에서 내리고 다른 직장을 쉽게 구할 수 없었다.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풀었다. 먹고 운동을 안 하면 살이 찌는 게 당연했다. 몸무게는 80kg에 육박했다. 다행히 몇 개월 후 취업에 성공했다. 고민은 사라졌지만 한번 찐 살은 쉽게 빠지지 않았다.

 

작년 초에는 살을 빼려고 하루에 대 여섯 잔 마시던 믹스커피도 끊었다. 수영, 헬스, 등산도 자주 했지만, 다이어트는 번번이 실패했다. 작년 초 70kg까지 내려왔던 몸무게는 다시 75kg이 됐다. 원인은 식습관이다. 작년부터 인천으로 발령이 나서 주말부부로 지낸다. 저녁은 주로 바깥 음식을 먹는다. 초과근무를 하면 회사에서 식비가 지원된다. 메뉴는 대부분 국밥과 같은 국물 요리다. 한 그릇 다 비우면 아침까지 속이 더부룩하다. 식당들은 맛을 내려고 소금 간을 많이 한다. 나트륨을 많이 섭취하면 비만은 물론이고 고혈당, 심혈관질환, 골다공증까지 생긴다. 게다가 나는 빨리 먹기까지 한다. 회사 일이 많다는 핑계로 운동량도 줄었다.

 

요즘 전신 거울을 보기 꺼려진다. 내 배는 봉선화 씨앗처럼 금방이라도 터질 듯하다. 요즘 들어 허리는 더 안 좋아졌다. 원래 디스크가 좋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살까지 쪄서 더 심해졌다. 이제 더 미룰 수는 없을 것 같다. 저녁을 안 먹는 것도 고민했지만, 샐러드를 먹는 것으로 나 자신과 타협했다. 운동도 좀 더 적극적으로 해 볼 생각이다. 몸무게를 60kg 대로 줄이는 것은 내 버킷리스트 중 한 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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