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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깊은 바다 Oct 23. 2021

오징어 게임

<오징어 게임>은 돈 때문에 궁지에 몰린 456명이 목숨을 걸고 경기를 벌인다는 내용이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부터 ‘오징어 게임’까지 여섯 번의 놀이 같은 게임이 진행된다. 최후의 승자가 되면 상금 456억을 받지만, 탈락하면 바로 죽는다.


네 번째는 ‘구슬치기’다. 주인공 기훈은 도박으로 생긴 사채 때문에 참가했다. 바로 전에 ‘줄다리기’를 해서 참가자들은 힘이 세거나 머리가 좋은 사람을 찾았다. 치매에 걸린 노인은 시무룩하게 구석에 앉았다. 그때 기훈이 손을 내밀었다. 노인을 보고 병든 노모가 떠올랐는지도 모르겠다.


‘구슬치기’가 시작되기 전 둘은 ‘깐부’(딱지치기, 구슬치기 등 놀이를 할 때 같은 편을 의미하는 속어)가 된다. 둘이 편이 먹고 다른 편과 싸우는 경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예상과 다르게 각자에게 주어진 10개의 구슬을 다 따서 20개를 만들어야 하는 개인전이었다. 기훈은 당황했다. 이제 둘 중의 한 명은 죽어야 했다.


선의로 같은 편이 됐지만, 기훈은 흔들렸다. 생각과 다르게 경기에서 계속 지자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노인을 속이고 구슬을 가로챘다. 단 1알이 남은 노인은 기훈의 구슬 19개를 걸고 마지막 한 판을 하자고 했다. 기훈은 노인의 제안이 억지이고 말이 안 된다고 화를 냈다. 노인은 기훈에게 “자네가 나를 속이고 구슬을 가져간 건 말이 되고”라며 되물었다. 하지만 노인은 구슬 한 개를 기훈의 손에 쥐여 준다. 우리는 ‘깐부’라면서 말이다.

기훈이 노인을 속인 행동을 무조건 비난하긴 힘들 것 같다. 오히려 동정심이 들기까지 한다. 가장 소중한 목숨이 달렸기 때문이다. 그 이유가 오로지 돈 때문이었다면 판단은 달라진다. 공정하지도 명예롭지도 않기 때문이다.


한 국회의원의 아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6년간 일한 회사에서 퇴직금 명목으로 50억 원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이 일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자 “저는 너무나 치밀하게 설계된 오징어 게임 속 ‘말’일 뿐입니다.”라고 했다. 그는 ‘기훈’과 ‘노인’ 중 어떤 ‘말’이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요즘 망언을 하고 뻔한 변명을 하는 사람들이 자주 보인다. 한 정치인은 서울에 사는 80대 노인이 농사를 지으려고 삼천 평의 땅을 샀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또 다른 유력한 대통령 후보는 손바닥의 임금 ‘왕’자는 손가락 위주로 씻어서 지워지지 않았단다. 그들은 국민이 오징어 게임 속의 ‘노인’이길 바라는 것 같다. 노인은 어리숙하지 않았다. 어쩌면 노인의 짠 오징어 게임 속에서 그들이 놀아나는지도 모르겠다. 목숨도 아닌, 욕심 때문에 명예와 양심을 속이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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