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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깊은 바다 Mar 18. 2022

코로나 확진자

코로나 확진자


‘22. 2. 25. 코로나 확진자가 됐다. 백신 주사를 3차까지 맞았는데도, 엄청난 속도로 퍼져가는 질병을 피하지는 못했다. 전날부터 같은 과 직원 둘이나 양성 판정을 받았다. 게다가 나는 가장 밀접 접촉자였다. 자가 진단 키트로는 세 차례나 음성이 나왔지만, 결과를 믿지 않았다. 몸이 신호를 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목은 칼칼하고 코는 맹맹했다. 밤이 되면서 기침까지 나왔다. 결국, 네 번째 자가 진단 검사에서 빨간색 두 줄이 떴다.


확진 문자를 받고 나니 홀가분했다. 어차피 언젠가는 한번 겪어야 할 일이었다. 자가 격리만 끝나면 원래대로 돌아올 것도 같았다. 7일로 격리 기간을 둔 이후도 그 시간이 지나면 낫기 때문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완벽한 착각이었다.


사흘 간은 밥 먹을 때 빼고는 계속 잤다. 태어나서 가장 길게 침대에 누워 있는 것 같았다. 코로나를 이겨내는 방법을 검색해 보니 ‘잘 자고 잘 먹으면 된다.’라는 답변이 많았다. 다행히 다른 확진자들과는 달리 식욕은 왕성했다. 장모님이 해주신 도가니탕과 복엇국을 먹으니 힘이 났다. 나중에는 밥 먹을 시간만 기다렸다. 나흘이 지나자 정신이 조금씩 돌아왔다. 온종일 스마트폰으로 넷플릭스를 봤다. 나중에는 눈도 아팠다. 내가 ‘킹덤’에서 나오는 좀비가 된 듯했다. 초등학생 딸은 가끔 큰방 창문으로 와서 동물원의 원숭이 보듯 나를 봤다. 놀리려고 다가가면 코와 입을 가리고 도망갔다. 좀비에게 물리지 않으려고 죽기 살기로 뛰는 영화 주인공처럼 말이다.


목요일(3.3.) 자정에 자가 격리가 끝났지만, 몸 상태가 완벽하진 않았다. 다음 날 회사에 가기도 애매했다. 금요일 첫차를 타도 인천에 도착하면 열 시가 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날 중요한 일이 있어서 고민이 됐다. 아내는 펄쩍 뛰었다. 더 쉬고 월요일에 출근하라고 했다. 결정은 쉽게 내려졌다. 과장님도 그렇게 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점심시간이 지나자 살짝 긴장됐다. 유력한 후보라는 평이 많았지만, 확정은 아니기 때문이다. 네 시가 넘어서자 전화기에 신경이 쏠렸다. 16시 20분에 전화가 울렸다. 인사 담당자였다. 기뻐하는 목소리로 축하한다고 했다. 그때부터 사무관 승진 축하 문자가 쏟아졌다. 보통 그날이 되면 대상자들은 책상에 앉자 가슴을 졸인다. 결과를 기다리는 긴장감과 명단에 이름이 올랐을 때 환희를 느끼지 못한 건 아쉽지만, 조용히 침대에 누워 답례 인사를 보내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다.


가족에게도 결과를 알렸다. 장모님이 가장 기뻐했다. 장인어른은 ㅁ시 행정직 공무원이었지만 사무관을 달지 못하고 퇴직했다. 십 년이 넘었지만, 장모님에게는 그 일이 응어리로 남아 있는 듯했다. 어두운 시절이라 승진하려면 무언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있었지만, 거기에 응하지 않아서 안 됐다고 아쉬워했다. 어쩌면 내가 장모님의 한을 조금은 풀어 드린 듯싶다.


월요일에 사무관 승진 후보자가 돼서 출근했다. 6급으로 진급했을 때와는 또 다른 무게감이 느껴졌다. 내 역할을 잘 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됐다. 예전의 한 선배에게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직위에 맞는 역할과 책임을 해낼 수 있다는 격려였을 것이다.


코로나 자가 격리가 끝난 지 일주일이 넘었지만 지금도 후유증에 시달린다. 항상 피곤하고, 밤이 되면 기침도 심하게 한다. 목소리는 갈라졌고 가래 때문에 살짝 불편하다. 며칠 전부터는 고마운 사람들과 술 한잔씩 하고 있는데, 이제 더 마시면 몸이 망가질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다음 주에는 과 직원들과 파스타와 피자를 먹자고 했다.


코로나로 시작된 올 3월은 내 인생에서 오래 기억될 것 같다. 인류 역사에 기록될 최악의 질병을 이겨 낸 경험을 술자리에서 무용담처럼 늘어놓는다. 아마 3월이 지나가면 코로나도 한풀 꺾일 것이다. 그때쯤이면 벚꽃도 활짝 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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