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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깊은 바다 Jun 03. 2022

돈이 되는 글쓰기

돈이 되는 글쓰기


‘나라 배움터’라는 사이트에서 인터넷 강의를 자주 듣는다. 공무원 상시 학습 규정에 따라 매년 정해진 시간만큼 자기 학습을 해야 할뿐더러 의무적으로 들어야 하는 법정 교육도 많이 들어야 해서다. ‘청탁 금지법의 이해’, ‘성폭력·성희롱 예방’, ‘아동 학대 신고 의무자 교육’ 등과 같이 종류도 다양하다. 미리 챙기지 않으면 연말에 가서 골머리를 앓는다. 그날도 수강 과목을 고르다가 이벤트 하나가 눈에 띄었다. 교육 동영상에서 법규에 어긋나는 내용, 성 차별적 요소, 오·탈자 등을 찾아서 메일로 보내면 그중에서 스명을 뽑아서 커피 상품권을 준다는 내용이었다. 다른 건 몰라도 맞춤법이 틀린 문장을 찾는 건 도전해 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띄어쓰기는 기자뿐 아니라 작가도 종종 틀리기 때문이다.

 

잘못된 부분을 찾으려면 자막이 많이 나오는 글쓰기 강의가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선택한 게 <돈이 되는 글쓰기>였다. 강사는 글을 잘 쓰려면 알아야 할 지식, 기술, 태도 등을 자세히 설명했다. 1강은 글쓰기 강의다웠다. 2강부터는 내 예상이 맞아 들어갔다. 조사와 접미사는 띄고, 의존 명사는 붙여 쓴 문장이 수두룩했다. 글쓰기를 잘 모르는 직원 또는 문맥을 이해하지 못한 인공지능(AI) 컴퓨터가 자막을 넣은 것 같았다. 조금만 공부했다면 틀릴 수 없는 것도 많았기 때문이다. 상품을 받을 생각에 기분이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했다. 공무원들이 공부하는 글쓰기 강의에서조차 띄어쓰기를 틀리는 건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한글 맞춤법은 우리말을 한글로 표기하는 기준을 정한 어문 규범으로 문화체육관광부 고시로 제정했다. 한글 맞춤법 제5장에서는 띄어쓰기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띄어쓰기는 남을 배려하는 글쓰기의 기본이다. 동시에 자기 의사를 글로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좋은 수단 중 하나이기도 하다. 문장을 읽기 쉽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띄어쓰기를 꼭 지켜야 하는 이유다. 특히, 공무원이라면 더 그렇다.

 

‘공무원은 문서로 말한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 문서를 작성하는 게 공무원의 가장 중요한 업무라는 의미일 것이다. 공문서는 많은 국민이 볼뿐더러 사회에 미치는 파급 효과도 크다. 오·탈자는 물론 띄어쓰기까지도 신경 써야 한다. ‘회의를 못하다’와 ‘회의를 못 하다’처럼 띄어쓰기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공직 사회에서는 ‘한글 맞춤법’보다는 전부터 해왔던 ‘공무원 관습법’에 따라서 단어를 붙이거나 띄기도 한다. 띄어쓰기를 지적하면 괜히 꼰대로 불릴까 싶어 그냥 넘어가기도 한다. 하지만 너무 쉬운 것조차 틀리면 작성자의 전문성을 의심받게 되고, 문서의 신뢰를 잃을 수도 있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기초적인 띄어쓰기 실수는 줄일 수 있다. 먼저, 한글 워드프로세서의 기능을 활용하는 것이다. 문서를 작성하다 보면 문장 밑에 빨간 줄이 그어질 때가 있다. 맞춤법이 틀렸다는 표시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살펴봐야 한다. 문서를 마무리할 때는 ‘맞춤법’ 점검 기능을 활용하여 교정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하지만 한글 워드프로세서에서도 잡아내지 못할 때가 있다. 문맥에 따라 조사와 의존명사로 변하는 게 대표적이다. 이럴 때를 대비해 맞춤법의 기본은 알아야 한다. 유튜브에서 한글 맞춤법 강의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그중에서도 9급 공무원 국어 시험을 대비하려고 만들어진 맞춤법 강의를 활용하면 띄어쓰기의 원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면 완벽하게 알지는 못해도 이게 틀린 게 아닐까 의심하는 단계까지는 오를 수 있다. 그래도 헷갈리는 문장이 나오면 한글 사전을 봐야 한다. ‘예문 보기’ 기능을 쓰면 큰 도움이 된다. 이 방법을 활용해 글을 쓰고 있지만, 이글에도 띄어쓰기가 틀린 게 나올까 싶어 걱정되긴 한다.

 

이벤트에 참여하고 나서 며칠 후 문자가 왔다. 우수 의견 대상자로 선정돼 경품을 보내 준다는 내용이었다. 내게는 정말 ‘돈이 되는 글쓰기’ 강의가 됐다. 띄어쓰기를 제대로 하다 보면 좋은 점이 하나 더 있다. 어려운 띄어쓰기를 제대로 한 공문을 볼 때면 기안자가 누구인지 살펴본다. 재야의 고수를 만난 것 같은 기분 때문이다. 한글 맞춤법은 잘 알기도, 지키기도 어려운 법이다. 그렇다고 자꾸 어기면 안 된다. 특히, 공문서를 만드는 공무원이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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