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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깊은 바다 Mar 25. 2023

전자책 리더기(리디페이퍼)

전자책 리더기

 
주말부부를 한 지 4년째다. 평일에는 관사에서 혼자 지낸다. 저녁은 대부분 회사에서 먹는다. 퇴근하면 아홉 시, 씻으면 열 시다. 대충 정리하고 눕는다. 몸이 나른해진다. 스마트폰부터 손에 든다. 유튜브를 보면 한 시간이 훌쩍 간다. 매일 그러다 보니 눈이 침침해졌다. 노안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수면의 질도 안 좋아졌다. 바로 잠들지 못하고, 자다가도 여러 번 깬다. 그래서 선택한 게 독서다. 책은 몇 장 넘기면 눈꺼풀이 잠긴다. 언젠가 시골 친구에게 불면증 때문에 힘들다고 했더니, 좋은 방법이 있다고 했다. 자기 농사를 하루만 도우면 깨끗이 나을 거라고 했다.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던 생각이 났다. 문제도 있었다. 두꺼운 책을 들고 읽으려니 팔이 아팠다. 그래서 산 게 전자책 리더기다.
 
인터넷을 검색해서 적당한 가격에 평이 좋은 걸 골랐다. <리디 페이퍼> 3세대였다. 곧 4세대가 나온다고 했지만, 내게는 이게 적당했다. <리디 페이퍼>는 전자책을 사거나, 구독 서비스를 가입해서 책을 읽을 수 있다. <리디 셀렉트>를 일 년 넘게 구독하고 있다. 월 4,900원이라 다른 데보다 싸다. 단점도 있다. 신간, 인기 있는 책, 원하는 책이 없을 때도 많다. 단말기를 다시 사야 한다면 많이 고민할 것 같다. 그래도 만족한다. 전자 기기를 사면 생각보다 많이 못 써 돈이 아까울 때가 많다. 리더기는 달랐다. 가방에 챙겨서 다니고, 출근하면 가장 먼저 꺼낸다. 왠지 곁에 두면 마음이 포근하다. 리더기는 여러 장점이 있다.
 
먼저, 가볍다. 주말이면 목포와 인천을 오간다. 집에 가려면 버스를 다섯 시간쯤 탄다. 리더기는 쉽게 들고 다닐 수 있다. 원하는 만큼의 책을 담을 수도 있다. 스마트폰보다 눈의 피로가 훨씬 적다. 버스에서 종이책을 읽으면 진동 때문에 어지럽지만, 전자책은 덜하다. 기사에 따르면 전자책 리더기는 백라이트 없이 패널 중간에 흑백 색상의 입자가 포함된 캡슐에 전하를 가해 배열을 변화하는 방식으로 화상을 표시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구독서비스를 이용하면 여러 종류의 책을 마음대로 읽을 수 있다. 종이책은 보통 만 원 중반대라서 쉽게 사지 못한다. 그래서 베스트셀러 위주로 고른다. 소설이나 자기계발서가 대부분이다. <리디셀렉트>에는 정치, 경제, 철학, 고전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이 있다. 읽다가 어렵거나 흥미가 없으면 그냥 덮으면 된다. 본전 생각에 한 달에 한 권 이상은 읽는 것도 장점이다.
 
<리디셀렉트>의 단점이지만 내게는 장점인 게 있다. <리디셀렉트>는 다른 구독 서비스에 비해 볼 수 있는 책이 적다. 대신 매월 여러 권을 새로 올려 준다. 어떤 책이 나올지 기대하게 만든다. 1월의 어느 날,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가 있는지 찾았다. 40대 초반에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 때문이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대학 교수가 된 스토너의 일생을 기록한 책이다. 너무나 평범했고, 한편으로는 바보 같았던 그의 삶이 내게는 여운으로 남아 있었던 것 같다. 40대 중반에 그를 다시 만나면 어떤 기분일지 궁금했다. 그렇다고 한 번 읽은 책을 사는 건 아까웠다. 2월, 입고 도서에 <스토너>가 있다. 친한 형을 오랜만에 만난 것처럼 반가웠다.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만나니 그를 좀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었다. 어쩌면 내 삶과 비슷한 면이 많아져서인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피터 나바로의 <브라질에 비가 내리면 스타벅스 주식을 사라>를 읽는다. 거시 경제(가계, 기업 등 개별 경제 주체가 관리할 수 없는 영역으로 나라 국가 경제 전체의 움직임과 관련된 영역)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내게는 살짝 어렵다. 집에 안 내려가는 주말에는 종종 리더기와 함께 카페에 간다. 시원한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는다. 전자책은 이야기 친구다. 때로는 삶의 지혜를 나누는 형이자, 경제학을 가르쳐 주는 선생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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