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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깊은 바다 Apr 08. 2023

진정한 리더

진정한 리더


한 사람의 인격은 모든 힘을 내려놓았을 때 제대로 평가된다. 직장에서도 그렇다. 20년 전, 입사했을 때 일이다. 선배들은 술자리에서 퇴직자를 두 부류로 나눠 평가했다. 존경하는 분들 이야기는 짧게 끝냈다. 이름만 들어도 치가 떨린다는 사람들은 술안주가 되어 오랫동안 질겅질겅 씹히곤 했다. 대부분 직원에게 정신적 폭력을 가했던 자들이다.
 
예를 들면 자기보다 계급이 낮다고 나이가 많은 동료에게 반말한다. 때로는 직원에게 욕하거나, 모욕을 준다. 기획서가 마음에 안 든다며 결재판을 내 던진다. 그들은 장난이었다거나, 일을 더 잘하려는 욕심 때문이었다고 핑계를 댈지 모르겠다. 그들이 무심코 던진 ‘돌멩이’를 맞은 이에게는 평생 아물지 않는 마음의 상처가 되기도 한다.
 
전설의 인물로 입에 자주 오르내리던 지역 기관장이 있었다. 그는 퇴직하고 나서 동료의 자녀 결혼식장을 찾았다. 그와 같이 일했던 사람들은 대부분은 그를 보자 고개를 돌렸다. 그는 후배에게 다가가 “오랜만이다”라며 반가워했다. 그 후배는 “아직도 당신이 내 상사인 줄 아세요. 반말하지 마세요.”라고 했다고 한다. 그는 얼굴이 빨개져 자리를 피했다. 그일 이후로 그를 본 동료들은 많지 않았다고 한다.
 
내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일 처리가 마음에 안 든다며, 많은 직원이 있는 데서 우리 과를 비난하고, 모욕을 주며 언성을 높인 상황실장이 있었다. 협조 결재를 받으러 갔을 때 욕설을 섞어가며 인상을 쓰던 한 과장도 있었다. 10년도 넘게 지난 일이지만, 아직도 잔상처럼 남아있다. 나도 그들을 우연히 만나면 기분이 좋지 않을 것 같다. 그들은 이미 오래전 일이라고 치부하거나, 기억조차 하지 못할 것이지만 말이다.
 
최근에 회사에 들어온 직원들에게 이런 일들을 이야기하면 ‘라떼’를 외치는 ‘꼰대’로 취급받을 것이다. 조직 문화가 좋은 방향으로 많이 변했기 때문이다. 공직 사회의 4대 비위(음주운전, 갑질, 성 비위, 금품 수수)에는 갑질도 들어간다. 욕설과 강압적인 언행, 즉 정신적 폭력도 여기에 포함된다. 직원들을 대상으로 지속해서 교육하고, 갑질을 신고할 수 있는 내부 통제 장치도 마련했다. 물론 처벌받은 사람도 많다.
 
그렇다고 우리 사회에서 갑질이 완전히 근절됐다고 할 수도 없다. 예전에 문제가 됐던 사람이 승승장구하기도 한다. 어쩌면 그들에겐 그러한 논란은 성공하려면 거쳐야 할 역경이라고 여길지 모를 일이다. 동료이기보다는 부하 직원, 즉 자신이 갑질 당하는 대상보다 높다는 인식이 상당한 듯하다. 그래서 인성은 아직도 그대로다. 나이가 많은 부하 직원에게 반말을 하고, 모욕을 주며 직원들을 일일히 통제하려고 한다. 성공해 본 사람이기 때문에 자신이 시키는 대로 따르면 된다는 독선에 사로잡힌 듯하다. 물론 그런 리더들은 사회적으로는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지금까지 그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자리에서 물러나면 후배들은 그를 어떤 리더로 평가할까?
 
월출산(영암 809m) 등산을 사례를 들어 리더십(지도력)을 설명하고 싶다. ㄱ 리더는 일행을 느리다고 다그치고, 지점 지점마다 시간을 정해 독촉하고, 가장 늦게 올라온 사람에게 벌을 준다. 자기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 에베레스트산(8,000m)도 오를 수 있다고 채근한다. ㄴ 리더는 정상에 가면 보이는 멋진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서로 다독여가며 힘이 들면 쉬어 간다. 조금 늦더라도 안전하고 기분 좋게 올라간다. 다음에는 조금 더 높은 산에 도전해 보자고 독려한다. 물론 월출산에 먼저 오른 건 ㄱ이다. 그는 L보다 더 높은, 더 많은 산에 오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되고 싶은 리더는 ㄴ이다. 아마 대부분은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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