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깊은 바다 Oct 01. 2019

일상의 화 다스리기

2019. 3. 20.


새벽 5시 30분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 업무 특성 탓에 깊이 잠이 든 상태에서도 작은 울림에 재빨리 반응한다. 이 시간 사무실 전화는 큰 사고라는 걸 직감한다. 빨리 회사에 가야 하는데 차를 사용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아파트 주차 공간이 부족해서 주차 문제가 심각해서다. 다행히 이중 주차된 4대를 퍼즐 맞추듯 옮기고 나니 공간이 허용된다. 회사에 도착해 사고 상황을 파악하는데 내 생각에는 별로 중요하지도, 급하지도 않은 자료를 여기저기서 빨리 달라고 재촉한다.

예전 같았으면 몇 번은 화가 났어야 하는 상황이다. 화를 다스리는 방법을 터득하기 전까지 말이다. 사람들은 화가 나면 분노를 표출하면서 후련함을 느낀다. 사회적 문제를 향한 분노는 갑질이나 성폭력 같은 사회 부조리를 개선하고 인권을 신장하는 역할도 했다. 그러나 일상에서는 화를 내고 나서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가슴속의 화는 삭일 수 있지만 감정으로 뱉은 화는 다시 주워 담을 수 없어서다.

작년 가을이었다. 한참 인문학에 빠져 독서 토론에 나가기 위해 도서관에서 책을 빌릴 때가 많았다. 책 중에는 대출자들이 그어 놓은 진한 밑줄과 낙서, 때로는 책 사이에 박제가 된 벌레까지 있었다. 이런 책을 보면 짜증과 화가 났다. 이렇게 남을 배려하지 않는 사람들은 책 읽을 자격도 없다며 바로 반납하기도 했다. 그러다 낙서를 지우개로 깨끗이 지워 보았다. 400쪽에 달하는 책의 밑줄과 낙서를 지우다 보니 내 안에 있던 화도 함께 사라졌다.

새벽일을 살펴보자. 사고와 비상이 없다면 회사는 내가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고, 이중주차는 내가 늦게 들어왔다면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으며, 나 때문에 동료들이 도움을 받고 깔끔하게 일이 처리했으니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우리는 화를 치유할 수 있는 지혜를 가지고 있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화는 긍정적인 생각과 여유를 갖는다면 충분히 없앨 수 있다. 일상에서 화가 난다 싶으면 화를 내고 후회했던 기억을 떠올려 보자.

작가의 이전글 글쓰기의 시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