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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깊은 바다 Nov 06. 2019

임형주 강연회에 다녀와서

2019. 10. 27.

지난 주말(10. 27.), 무안군에서 개최한 임형주 강연회에 다녀왔다. 강연자에게 큰 관심이 있던 것은 아니었다. 심지어 그의 노래 한 곡 제대로 알지 못했다. 인문학 강의를 좋아하는 데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사람을 보고 싶은 호기심이 그곳으로 이끌었다.


시작 시간을 착각해 50분이나 빨리 도착했다. 다행히 긴 시간이 무료하지는 않았다. 임형주 관련 피티(PT, presentation)와 음악을 틀어 줘서다. 듣다 보니 한 곡만 반복해서 나왔다. 부드럽고 아름다운 선율이 인상적이다. 다섯 번 넘게 들으니 서글픈 가사가 음미된다. 아내에게 무슨 노래냐고 물었다. 고 노무현 대통령과 세월호 희생자 추모곡인 '천 개의 바람이 되어'란다.


시간이 되자 턱시도를 입은 그가 들어왔다. 관객의 환호에 수줍게 웃는 맵시가 마치 어린 왕자 같았다. 강연에서는 12살에 팝페라 가수로 등장해 21년 동안 한 음악 활동을 소개하고 나서, '꿈, 나눔, 보살핌'이란 주제로 이야기 했다.


그의 강연은 며칠 후 꿈에도 나올 만큼 인상 깊었다. 남자도 사랑에 빠질 만한 목소리로 '무안군민 여러분'을 여러 번 불렀다. 이름을 불러 주니 꽃이 되었다는 시구처럼 우리는 청중을 넘어 그곳의 의미 있는 존재가 되었다. 그는 먼저 와서 주변을 둘러봤단다. 군이라 시골로 생각했는데, 너무 깨끗한 신도시라 깜짝 놀랐다고 한다. 강연 중에는 어색한 전라도 사투리도 써가며 참석자들을 웃겼다.


그는 강연이 끝날 즈음 부탁 하나를 했다. 세월호 추모곡을 불러서 전 정권의 블랙리스트에 올랐을 것이라고 인터뷰에서 말하고 나서 더 많은 악플에 시달린단다. '임형주는 빨갱이'와 같은 차마 입에 담지도 못할 댓글들이다. 자신은 대한민국 국민이지 좌파도 우파도 아니라고 했다. 그는 요즘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 악플러 몇 명을 고소했단다. 그러면서 남에게 상처 주는 글과 말을 멈춰야 한다고 했다.


나는 그 해법을 그의 강연에서 찾았다. 첫째는 존재의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 '빨갱이'와 '토착 왜구'가 아니라 진보와 보수다. 정치적 성향이 다를 뿐이지 틀린 것은 아니다. 극단적 흑백 논리는 사회적 갈등을 키울 뿐이다. 존중이 담긴 이름을 불러야 '꽃'이 된다. 둘째는 소통과 배려다. 타인이 사는 곳을 살펴보고 말을 배우는 이유는 교감하고 싶어서다. 곧 상대방의 처지를 이해하고 공감하려는 노력이다. 그러면 쓸모없는 감정의 배설은 줄어들 것이다. 마지막은 강제 정화다. 자정 능력을 상실한 물은 썩기 마련이다. 순환시키거나 갈아 주지 않으면 주변까지 오염된다. 정도를 넘어선 혐오 표현과 악플은 법률과 제도로 순화시키는 것도 방법이다.


임형주는 강연이 끝나고 8곡의 노래를 불렀다. '목포의 눈물'은 반주 없이 관객들의 박수에 맞춰 들려줬다. 마지막 3곡도 초대 가수의 뻔한 레퍼토리가 아닌 가슴에서 우러난 자발적 앙코르곡이였다. 그의 진정성에 화답하듯 관객들은 한 곡 한 곡이 끝날 때마다 기립 박수를 쳤다. 그날 이후 그가 부른 '희망가'를 자주 듣는다. 그의 환한 미소가 떠올라 마음에 평안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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