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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환경영화제/랫 필름

by sothaul
* 이하 작성하는 글은 '브런치'를 통해 '서울환경영화제' 초청을 받아 작성하는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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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들어가는 말


글을 게재하면서 처음으로 경어체를 사용합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독립영화제를 자주 방문한 편도 아니고, 다큐멘터를 선호하는 편도 아닙니다. 어떤 비하의 의미라기보다 지금까지 공개된 수많은 극 영화들조차 다 섭렵하지 못했으니 보다 자유분방한 장르에 눈을 돌릴 생각을 못한다는 뜻입니다. 물론 집돌이에 가까운 성격도 한몫하고요.


그래서 일단 결코 단정 지어 생각하지 않고자, 한정적으로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자 경어체를 써야만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극 영화에서도 그릇이 부족한 저이지만, 보고 해석할 때 주관적 시선이 있음을 확실합니다. 하지만 다큐멘터리에서는 늘 함량 미달을 느꼈고, 무엇보다 서울환경영화제에 첫걸음을 옮긴 만큼 읽으시는 분들께 '소개'에 가까운 제 경험을 전달해드리고자 합니다.


처음 관람작을 고르고자 카탈로그를 폈을 때 당혹스러웠던 건 다큐멘터리가 비중이 크다는 점입니다. 깊게 생각하면 당연한 사실임에도 초청에 응하고서야 그 사실을 알았으니, 과연 제대로 작품을 읽어낼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다행히 제가 고른 <랫 필름>, <개의 역사>, <유령의 도시> 세 작품은 특색이 확실하고 작가의 시선이 명확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꺼내기에 충분했습니다.


'서울환경영화제'의 작품들이 전하는 바는 예상외로 폭넓습니다. 작품 한 편 한 편 다루며 후술 하겠으나, 일단 '환경'이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자연환경(natural environment)'이 아닌 넓은 의미의 '환경'을 뜻하는 것입니다. 때문에 모든 작품의 시선은 단순히 보호나 관찰에 국한되지 않고 인간으로 수렴됩니다.


이렇게 서두가 긴 편은 '서울환경영화제'에 대한 저의 서술이 부족할 수 있음과 그 명칭 때문에 한정 짓게 되는 시선을 미리 염두하고자 함입니다. 이제 한 편씩 살펴보면서 이야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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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랫 필름>


제목만 보고 골랐던 다큐멘터리가 사실은 쥐가 아닌 볼티모어에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다는 걸 알았을 땐 다소 당황스러웠습니다. 미국의 지역까지 제가 잘 이해할 수 있을지는 둘째치고 왜 쥐와 볼티모어인지조차 간파할 수 없었죠.


하지만 <랫 필름>은 극도의 정갈한 연출로 그 모든 불안감을 호기심으로 이어갑니다. '쥐'라는 생명체에서 비롯되는 이미지를 역으로 뒤집습니다. 이 작품에서는 죽음과 통제을 연상시키는 이미지를 계속해서 나열합니다. 무미건조할 정도의 내레이션과 쓰레기통에서 발버둥 치는 쥐의 모습을 이 작품에서 꾸준히 일어나는 충돌의 상징입니다.


사실 그렇게 어려운 내용은 아닌 듯한데, 쥐라는 소재가 함유하는 게 꽤 있다고 느꼈습니다. 기본적으로 미국은 배신자를 쥐라고 부를 만큼 부정적인 이미지도 강한 데다가 (과거 한국도 그렇듯) 빈민층 지역이 들끓는 동물이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사실 쥐에 대한 역동적인 이미지가 난무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정작 다큐멘터리는 3D 모델링, 텍스트와 사진 자료, 만들어진 미니어처 등의 나열로 쥐에서 볼티모어로 전개가 이어지는 논리에 집중합니다.


극영화를 좋아하는 취향 때문에 흥미로운 지점이 많았지만, 반대로 그래서 지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어떤 의미에서건 의도치 않은 '제목 낚시'는 물론이고, 볼티모어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에 한국인으로는 다소 이입하기 힘든 내용, 그렇기에 상대적으로 와 닿지 않는 결론이 마음에 걸립니다. 하지만 영화가 가지는 태도, 감정적인 부분을 배제하여 극도의 무감각한 느낌을 내는 연출법 등은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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