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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붉은고래

계속되는 헛발질에 남은 건 '추'

by sotha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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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애니메이션을 보고 싶었던 이유는, 포스터를 보자마자 스튜디오 미르의 느낌이 강해서였다. 실제로 영화 보고 검색해보니 이들이 프로덕션에서 꽤 중요한 역할인 터라 기분도 남달랐다.


하지만 <나의 붉은고래> 자체는 썩 좋은 영화가 아니다. 중국에서 성공했으니 제작 기간 12년을 크게 내세우고 있지만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그만큼 시간을 들였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그만큼 시간을 들였다는 게 의아할 정도다.


비주얼적은 좋다. 2D와 3D가 결합된 부분도 그렇고, 자연경관은 물론 물이나 식물처럼 극 중에서 자주 표현되는 요소를 아름답게 표현한 것도 좋다. 그리고 세계관도 나름의 웅장함을 가지고 있다. 신도 인간도 아닌 특별한 존재들의 세계가 인간계 바다와 연결된다는 설명과 함께 펼쳐지는 오프닝은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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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그 이상의 장점이 하나도 없다. 세계관은 웅장한데 중심 스토리가 부진하니 영화가 텅 빈 느낌이다. 세계관과 그것을 해석하는 이(연출)의 시선, 그리고 스토리가 맞아떨어져야 작동할 수 있는 판타지가 그저 겉치레가 된다.


주인공의 매력이 부재하다는 게 패착이다. 첫 등장에서 쾌활해 보이던 춘이 성인식 전에 계속 정색한 표정인데 긴장도, 우울도, 걱정도 느껴지지 않는, '그림으로 표현을 못하네'란 생각만 들뿐이다.


이는 작화의 문제라 볼 수 없다. 전적으로 연출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걸 자주 느낄 수 있다. 내내 정색하던 춘이 곤을 키우게 되자마자 환한 모습인 건 도무지 주인공에게 이입할 여지가 없다.


클라이맥스로 갈수록 이 연출의 미숙함은 더 커진다. 시나리오상으로도 막막한 부분도 있지만 때때로는 좋은 대비나 은유의 요소도 껄끄럽게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승자는 있다. 추. 아마 이 영화를 보면 모든 사람은 추를 사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추도 멍청한 짓을 하지만(언제나 호기심이 문제다) 영화 속의 활약은 거의 그가 도맡아 하고, 감정적인 표현도 가장 많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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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중국이 붉은색을 좋아하는 걸 알지만, 이세계(마을-영매의 공간)의 핵심 색상이 전부 붉은 색인 건 분위기를 제한시키는 느낌이 강하다. 판타지의 맛이 대비에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 영화는 그런 재미가 별로 없다. 아마 이런 점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모노노케 히메>가 연상된다. 대자연을 기반으로 한 웅장한 세계관, 자연과 사랑이 뒤섞인 스토리, 소녀 소년인 남녀 콤비 등. 하지만 제작기간 4년인 <모노노케 히메>에 비해 한참 뒤처진 <나의 붉은고래>. 아직 중국 애니메이션이 멀었다는 것만 증명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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