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thaul Jul 28. 2017

청년경찰

영화를 캐리하는 환상 호흡

솔직히 말하자. <군함도>와 <택시운전사>가 대기 중인 여름 극장에서, 누가 <청년경찰>을 기대했겠는가. 박서준, 강하늘이란 배우가 있다 해도 진부해 보이는 스토리와 신인감독이란 벽이 있으니까 기대감은 높지 않았다. 하지만 <청년경찰>은 다른 두 작품에 없는 강점이 있다. 재미에 충실하다는 것이다.


도입부부터 썩 그렇게 매력적인 영화는 아니다. 두 사람이 친구가 되는 과정은 밋밋한 장면들의 연속으로 상투적인 걸 떠나 인상적이지 않다. 하지만  주인공들이 '절친'이 된 순간부터 영화는 '케미'를 무기 삼아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둘이 주고받는 호흡이 영화의 전개를 채우다가 납치 사건이란 원동력으로 달려 나간다.

이 장면만 넘어서면 된다.


<청년경찰>은 코미디뿐만 아니라 의외로 장르적인 쾌감도 동반한다. 납치사건을 해결하려는 전개 중 필요하다면 스릴러의 문법까지 정확하게 구사해 긴장감을 유발하고, 반대로 천연덕스럽게 다시 코미디로도 회귀한다. 연출력이 감탄할 만큼 빛나진 않아도 적어도 '배우가 아깝다'란 말은 나오지 않을 정도로 영화를 받쳐준다.


영화를 보면서 새삼 '두 배우도 아직 20대구나'라고 느꼈다. 보는 이에 따라 다르겠지만, 진짜 절친한 사이의 두 남성이 주고받는 대화 톤이나, 장면에 맞춰 대화의 흐름을 바꾸는 걸 보면 좋은 배우라는 걸 느낄 수 있다. 두 사람의 케미스트리가 워낙 좋아 '흥행에 성공해서 속편이 나왔길' 바라는 마음도 있다. 


그렇다고 결코 수작은 아니다. <청년경찰>은 버디 무비의 어떤 점이 매력 있는지 정확히 알고 그걸 잘 반영했다. 그러나 '청춘'과 '코미디'에서 늘 일어나는 여성 대상화도 존재하고, 청년들의 이야기에서 발생하는 '오글거림'도 존재한다. 그럭저럭 흘러가던 이야기가 후반부에 극도로 비현실적인 점도 분명 한계다.


하지만 단점을 묵인할 만큼 <청년경찰>은 자신의 본분에 충실하다. 웃기고, 때로는 멋있고, 마지막에는 감동도 있다. 거대한 야심에 휩쓸려 비틀거리기보다 묵묵히 자신의 길을 찾아간 셈이다. 정치, 범죄, 역사가 난무했던 2017년 한국 영화계에서 제대로 가고 있는 건 오히려 이 영화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


전술한 세 영화를 모두 본 입장에서 영화를 추천해달라고 하면, 무난한 선택지는 <청년경찰>이다. 코미디 버디무비라는 장르에 환상적인 배우 호흡, 능수능란한 장면 연출로 꽉 채웠다. 130분이 넘는 다른 두 작품에 비해 가볍게 볼 수 있는 109분이란 상영시간까지도 영화에 딱 맞는다.


평소에도 편하게 볼 수 있는, 재밌을 영화들을 골라본다면 <청년경찰>이 만족스러울지 모르겠다. 하지만 근래 한국영화에 지쳤다면,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는 오락성을 바란다면 <청년경찰>은 알맞은 선택지가 될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덩케르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