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만든 또 하나의 상품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는 여러모로 잘 만든 영화다. 미국 현지의 압도적인 평이 대변하듯 이 영화는 지난 프리퀄 삼부작의 애매한 정당성을 단박에 완벽한 시리즈로 포용해줄 정도다.
그러나 좀 더 차분히 생각해보면 이 영화가 그렇다고 “작품”이란 단어가 어울리는지 고민해볼 문제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스타워즈”라는 팬문화를 정확하게 승화시켰기 때문이다.
그게 뭐가 문제인지 묻는다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스타워즈가 현재 영화로서만 기능하고 있는가?”
스타워즈 판권을 디즈니가 사고 그걸 J.J. 에이브람스가 만든다고 했을 때 수작이 나올거란 걸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리고 <깨어난 포스>는 그 기대를 충분히 만족시켰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갖는 잔상은 온전하게 “단 한 편”의 것이 아니라는 게 문제다. 그렇다고 “시리즈”를 아우르는 잔상도 아니다. 확연하게도 에이브람스(및 제작진)는 이 영화를 <스타워즈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의 변용으로 만든다.
알다시피 에이브람스는 <스타트렉 더 비기닝>로 성공적인 리부트를 했었다. 거기서는 기존 “스타트렉” 시리즈를 뒤엎고 결합시키는 방법을 택했다. 때문에 그 이전 시리즈를 알던 팬도 모르는 영화 팬도 그 자체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깨어난 포스>는 <새로운 희망>의 재현을 목표로 한 듯 기본 구조부터 세세한 장면까지 오마주와 변형을 반복한다. 결국 이는 기존 팬들에게는 특별함을 주지만 신규 팬들에게는 다소 어처구니없는 ‘구식’으로 보인다.
물론 나는 “스타워즈”의 팬으로, 그리고 SF영화의 팬으로 이 모든 것을 즐겼다. 하나 누군가 <깨어난 포스>가 어떤지 묻는다면 나는 한 번 더 되물을 것이다.
“원래 스타워즈 시리즈를 좋아하시나요?(혹은 아시나요?/보셨나요?)”
분명 신날 만큼 잘 만들고 훌륭한 복원이었다한들 그것이 모두에게 통용되는 것은 아니다. 리뷰는 이미 본 사람에게는 이로울지 몰라도 안 본 사람에게는 뜬구름 잡는 얘기일 수도 있다.
애초 “스타워즈”가 아이콘인 이상 객관적인 평가를 위해선 반복적인 관람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이것이 속편이라는 이유만으로도 꽤 흥분되는 경험을 했기에 더욱 그렇다.
이쯤에서 좀 더 칭찬을 하자면 이 영화는 굉장한 스페이스 오페라이다. 그리고 우수한 후속작이다. 존 윌리엄스의 음악은 “스타워즈”의 질감을 살려주고 영상은 이 영웅담을 황홀할 정도로 포장한다.
곰곰히 생각을 해보면 확실히 이 영화는 상품이다. 그것도 소유욕에 안달날 만큼 잘 만든. “스타워즈”는 신화가 됐고 그것의 상품을 사려는 사람들은 널렸다. 디즈니와 에이브람스는 그 점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 누구라도, 스타워즈를 좋아한다면 이 상품을 사야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