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의 기술적인 기념비가 될지어다
작년에 <인사이드 아웃>으로 호평을 받았던 픽사가 꽤 짧은 텀을 두고 극장에 돌아왔다. <굿 다이노>는 예고편을 공개했을 때도 공룡과 소년이란 소재 덕분에 애니메이션과 공룡 팬들에게 주목받았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건 초기 공개했던 ‘무성영화 급’ 대사없는 영화의 이미지는 아니다. 오히려 그간 픽사 영화들에 비교해보면 훨씬 직접적인 대사도 많고 농담도 적지 않은 작품 중 하나다. 그런 의미로 드림웍스의 작품이 연상되기도 하고.
이래저래 나에게는 <라이온 킹>을 연상케 했다. 아들 앞에서 죽은 아빠(심지어 높은 곳에서 그것을 보는 아들), 하이에나 무리를 연상시키는 소도둑떼와 익룡들 등 영향을 받은 게 아닐까 궁금하다. 아직까지 여기에 대한 확답은 없는 모양이다.
<인사이드 아웃>에서도 쓰였지만 색을 통해 인물의 끈끈함을 표현했는데 알로와 스팟은 서로의 피부색을 눈동자 색이다.명확하진 않지만 다른 인물들은 제각각인걸 보면 의도한 듯 보인다.
처음 ‘인간과 강아지’라는 설정에서 시작했다는 것이 영화 속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세상에 농작하는 공룡이라니. 초반부는 그 느낌이 너무 괴랄해 어색할 지경이었지만 좀 지나면 캐릭터들에게 이입되면서 견딜 만했다. 다만 이것이 ‘인간-공룡/개-인간’이란 은유로서 거듭나고 싶었으면 후반부의 극적인 재회는 없었어야 하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이 작품을 높이 평가하고 싶은 건 기술적 성취 때문이다. 그간 픽사가 인물의 그래픽으로, 예를 들면 설리반의 털이나 <업>에서의 동물들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면 이번 작품은 자연 풍광을 아름답게 표현하는 데 최적화돼있다. 픽사의 애니메이션을 항상 극장에서 챙겨봤지만 이번만큼 롱쇼트(가 많았던 적도 없지만)에 감탄을 한 적은 드물었다.
결론적으로 <굿 다이노>가 픽사 최고작품이 되기는 힘들다. 지나치게 대사 위주에 에피소드적이며 덜 여물어진 티가 나기 때문. 그러나 분명 기술적인 면에서는 일종의 척도로 뽑힐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