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심이 과하면 팬들도 화낸다
‘닥터 후’ 뉴 시즌도 열심히 보고 ‘셜록’도 열심히 본 나로선 스티브 모팻을 꽤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존경심을 표하면서도 자신만의 색을 드러내는 모팻이라면 <셜록 : 유령신부> 역시 괜찮은 작품이 나올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 원작에 대한 애정이 지나치게 강했던 걸까. <셜록 : 유령신부>는 드라마의 교두보라기에도 애매하고 스페셜 에피소드라기엔 지나치게 세심해 도통 이해불가한 요소들을 나열한다.
물론 TV에서 방영된 ‘셜록’도 원작의 요소를 엮어가며 셜로키언들을 열광케 했다. 그러나 그때는 그 사건이 떡밥은 남기되 한 에피소드로서 완결성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편에서는 그 완결성이 현저하게 떨어질 뿐만 아니라 시즌 4에 대한 예고가 거대해서 완결성 자체를 희석시키고 만다.
홍보에 낚여서 봤다는 사람들에겐 미안하지만, 애초 ‘셜록’을 전혀 모르면서 낚시 마케팅이라는 둥, 왜 극장개봉이냐는 둥 투덜거리는 건 바보같은 짓이다. BBC(와 모팻)는 애초부터 그런 ‘낚시’를 위해 마케팅을 했으며 한국 수입/배급사도 응당 그 홍보 방식을 따랐을 뿐이다.
그러나 작품 자체가 완결성이 있었다면 그런 불만은 없었을 터. 전반부의 ‘유령신부’ 사건과 후반부의 (사건의 진상말고) 극적인 진실이 엮어지면서 ‘유령신부’의 결말/해결은 몹시 흐지부지되고 만다. 앞으로 시즌 4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단순히 복선만을 위한 에피소드가 아니라면 좀 더 정돈되게 두 에피소드를 엮었어야 하지 않았을까.
물론 드라마 ‘셜록’의 팬이라면 응당 즐겁게 만끽할 순 있다. 나 역시 몇 번의 웃음과 싸늘한 긴장감을 느끼긴 했다. 그렇다고 이 작품을 스페셜 에피소드라고 인정하고 싶진 않다. 독자적인 작품이라기보다 시즌 4가 나와야 해석할 수 있는 (팬심 섞인) 별책부록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