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재미와 난잡함이 공존하는 건데
전작을 건너뛰고 극장에서 신작을 보게 됐음에도 다행히 전혀 거슬리는 것이 없어 참 다행이다. 동시에 그럼에도 왜 이렇게 숨 가쁘게 달리는지 알 수가 없다.
<쿵푸팬더3>는 전작과 거의 동떨어졌음에도 마치 연속되는 느낌을 가졌다. 누가 보면 <퀀텀 오브 솔러스>라고 여길 정도다. 마치 전작의 승리 이후 이틀 만에 사건이 벌어지기라도 한 듯 급하다. 정작 현실적인 시간으로는 5년 만의 복귀임에도.
좋은 점부터 집어보면 <쿵푸팬더3>는 만화의 느낌을 극대화한다. 오프닝과 중반부의 화면 분할 연출은 시원한 감각의 영상으로 관객들의 호흡을 흥분되게 한다. 캐릭터들의 만담 역시 세밀한 감정선보다 개성에 중심을 두고 시도 때도 없이 쏟아낸다. 지루하다 느낄 틈이 거의 없다.
장면을 그릴 때의 감각도 빼어나다. 포가 카이에 대항하기 위해 마을 사람들을 훈련시키는 장면은 개인적으로 무척 인상적이어서 따로 돌려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애니메이션의 자유자재인 색감 조정을 극대화했다.
그러나 분명히 아쉬운 건 그 콘셉트가 명확해 영화가 속도감만 느껴진다. 중국을 배경으로, 그것도 무협을 원천으로 두면서도 느긋한 여유가 없다. 계속 웃기려고 하고 계속 말하고 계속 부딪힌다. 그러다가 갑자기 ‘교훈 타임’으로 넘어가더니 감정적인 자극을 권한다. 그 순간 영화는 전형적인 성장물보다도 떨어지는 묘한 느낌을 남긴다.
사실 액션도 신선하단 느낌이 사라졌다. (2편을 안 봤다고 하더라도) 1편의 정통 무협과 변칙 액션이 뒤섞였던 신선함은 그저 타격을 과시하는 액션으로 변모해 답습이란 느낌 이상을 주지 않는다. 시원한 감각은 있어도 참신한 발상은 없다.
영화를 보면서 한동안 내가 픽사 작품을 “드림웍스적이다”라고 표현했던 게 후회됐다. <쿵푸팬더3>에 비하면 (평균적인) 픽사의 작품도 훨씬 참신하고 기발하다.
<쿵푸팬더3>는 분명히 재밌다. 짧고 강렬하게 관객의 요구를 충족시킨다. 하지만 조금 멀리서 보면 커다란 상투성이 마음에 깊이 남는다. 조금 더 발전했더라면, 고민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작품을 뒤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