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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소리

부족해도 잘됐으면 하는 마음

by sotha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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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소리>는 나름대로 잘 만들어졌다. 꽤 오랜 시간 시나리오 작업을 통해 적절한 방향성을 정확히 짚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공개된 시놉시스보다 훨씬 폭넓은 소재를 가지고 있다.


다만 그것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영화에 큰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본 관객이나 마케팅하는 입장이나 중점을 부성애와 로봇으로 가져올 수밖에 없다. 그 소재를 전면으로 내세우면 비판을 피할 길이 없기도 하다.


어쨌든 <로봇, 소리>는 다루기 무척 어려운 소재를 절제된 연출과 배우들의 호연을 통해 최대한 덜 상업적이면서 마음을 흔들 수 있는 감정으로 변환시킨다. 이성민이 연기한 해관이 딸의 진실과 마주하는 그 순간, 무척 마음이 먹먹해지는 것은 그전까지 다소 유쾌한 분위기와 무거운 분위기를 절묘하게 넘나들었기 때문이다.


movie_image (1).jpg 이 장면에서 이성민은 유머러스하면서도 억눌린 아버지의 심정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로봇, 소리>는 시종일관 진지하지도, 그렇다고 무척 SF적이지도 않다. 상상력은 SF에 기반을 두되 사회적인 관계와 배경을 고스란히 적용시켰다. 때문에 유머는 일상적이며 통용되는 감정 역시 누구나 공감할만하다.


특히 빛나는 건 이성민과 이희준의 열연. 이성민은 정말 완벽에 가까운 연기적 완급을 보여줘 관객을 웃게 했다가도 금방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다. 이희준은 국정원 요원이라는 틀을 완전히 부수며 직업인으로서의 요원을 정확하게 묘사해 극의 현실성을 더한다.

movie_image (2).jpg 김원해 배우 역시 호연을 펼쳤다. 분량이 적은 것이 아쉬울 정도.

그러나 <로봇, 소리>가 완벽에 가까운 것은 딱 중간부까지다. 해관이 딸의 주변인물들을 통해 진실을 마주한 이후부터는 영화가 종잡지 못하게 흔들린다. 애초 영화 설정인 ‘위성 로봇’이라는 것 자체가 정치적인 움직임을 개입시키기 때문에 어떻게든 그것을 수습하고자 후반부에 고군분투한다.


그럼에도 그 전까지 잘 쌓아왔던 것과 달리 얼렁뚱땅 전개가 눈에 보일 정도이며 지나치게 극적인 후반부를 만들긴 하지만 그것 역시 주어진 상황일 뿐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어렵다.


개인적으로는 무척 마음에 들었다. 소재를 다루는 탁월한 감각에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영화다. 아쉽게도 많은 사람들의 선택을 받지는 못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주목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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