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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토피아

영화 본연의 재미를 덮은 프레임의 거창함

by sotha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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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작품이 담론화되는 것은 무척 즐거운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작품을 아직 접하지 못했을 때, 담론이 먼저 다가오게 된다면 그것만큼 당황스러운 일도 없을 것이다. <주토피아>를 포함해 최근 디즈니의 작품들이 그러했다. <겨울왕국>은 동성애 은유로, <인사이드 아웃>은 성욕 없는 인간의 무의식 묘사로, <주토피아>는 인종에 대한 편견 타파로 각각 하나의 프레임을 형성했단 소식을 작품보다 먼저 접했다. 그래서 <주토피아>는 2회차 관람을 했음에도 아직 제대로 봤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럼에도 뜨문뜨문 작품에 대한 감상을 집어보자면, 역시 귀엽다는 것이 첫 번째로 나올 것이다. 작중 거론되듯 ‘귀엽다’라는 말도 일종의 지양해야할 표현일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주토피아>는 귀여움으로 가득한 세상이다. 동물들이 인간처럼 행동하고 관용구를 자체적으로 비트는 장면들을 통해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성취해야할 제 1의 목표를 성취한 셈이다.


나름대로 추격전의 묘미를 잘 살린 것도 좋았다. 그간 픽사 스튜디오가 장르 하나를 차용해 새롭게 풀이했던 것을 이번에 디즈니가 성공적으로 했다는 느낌이었다. 물론 복선이 노골적인 탓에 아쉬움도 남았지만 애초 디즈니의 주고객층을 생각한다면 적정선을 지켰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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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나 패러디도 나름대로 재밌긴 했지만 <주토피아>를 살린 건 결국 캐릭터 때문이라고 본다. 주디나 닉 모두 쾌활하고 긍정적인 여성-강한 듯해도 실제로는 약한 남성이란 상투적인 이미지를 동물에 맞춰 풀어내 극대화했다. <대부>나 곳곳에서 느껴지는 현실 세계 패러디 역시 곧잘 먹혀들곤 했다.


그럼에도 <주토피아>는 이상하게 먼 작품이었다. 한 번도 제대로 재밌다고 느끼기 전에 이미 들어버린 프레임-종족평등-을 제쳐둘 수가 없어 스스로 안타까웠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그 프레임조차 정확하지 않다는 걸 알아차렸다. 가젤과 등장하는 호랑이들이 아마도 건장한 남장댄서를 상징한다고 봤을 때, 결국 자신들에게 걸맞은 일에서 벗어나지 못함을 체감해버렸다. 억측일 수도 있지만, 그리고 장면의 분위기를 위한 선택일지도 모르지만 열심히 편견과 차별에 대해 외치던 영화에서 판에 박힌 연출을 택했다는 게 내심 잊혀지지 않았다.


movie_image (2).jpg 바로 이장면.


그래도 <주토피아>는 재밌고 귀여운 작품이다. 블루레이가 나온다면 아마 다시 볼 것이고 더빙판도 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주제를 앞세운 프레임 때문인지, 정말로 순수한 재미가 있어서인지는 아마 필자로서는 끝끝내 알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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