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간 토끼들에서도 빛나는 배우들
흔히 말하는 ‘두 마리 토끼’ 비유는 영화 ‘커터’에 굉장히 잘 어울린다. 10대 청소년들의 범죄물을 표방한 ‘커터’는 작품이 진행되면 될수록 청춘물에 가까운 색을 내기 때문이다. 정말 확실하게도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두 가지 특색을 섞으려고 했다. 첫 장면부터 신경 쓴 티가 나는 연출의 방향이 보인다.
반면 아쉽게도 그 의도의 방향은 보이기는 하나 느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방향 때문에 영화는 흐지부지되고 탄탄히 쌓아오던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을 파괴한다. 청소년 범죄물이자 브로맨스물을 꿈꿨던 ‘커터’는 과한 욕심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한 채 이종배합된 기이한 영화로 전락한다.
딱 잘라 말해 ‘커터’는 브로맨스물로서는 굉장히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 최태준과 김시후가 각자의 매력을 발산하면서 티격태격하기도, 우정을 나누기도 하는 장면들은 누가 봐도 ‘브로맨스’라는 단어를 떠올릴 만큼 완벽한 호흡을 만들어낸다. 두 배우가 서로 다르게 잘 생겼다는 점도 일종의 ‘미장센’처럼 보일 정도이다.
‘청소년 범죄물’하면 딱 떠오르는 연출에서 벗어나려는 노력도 꽤 좋은 편이다. 현장감을 중시한다는 이유로 끊임없는 핸드헬드를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커터’는 때때로 좋은 구도로 영화의 독특함을 살려내기도 한다. 특히 두 인물을 상징하는 조각과 기타 장면은 대체로 음울한 이 영화에서도 무척 빛나는 화면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두 가지가 섞이면서 ‘커터’는 이도저도 아닌 ‘맹탕’이 돼버린다. 차라리 한 방향으로 끝까지 갔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도 하기 전에 갑갑한 전개에 영화의 무게감이 사라져버린다. ‘범죄에 표출된 청소년들의 실상’이라는 주제가 무색할 정도로 두 소년이 겪는 일은 범죄와는 거리가 있는 편이고 ‘브로맨스’로 상정하기엔 범죄에 대한 여러 가지 영향들이 아쉬울 뿐이다. '커터' 최고의 패착은 어쩌면 영화보다 '괴물' '살인'이란 단어를 앞세운 홍보 때문에 진짜 범죄 스릴러처럼 보이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커터’는 두 마리 토끼를 놓친 아쉬운 작품이다. 아예 모자란 것도 아닌 탓에 애매한 교집합이 좋은 요소도 빛을 잃게 한다는 것을 다시금 일깨우게 한다. 하지만 다른 건 몰라도 두 남자배우만은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배우의 팬들이라면 잊지 말고 챙겨보는 것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