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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아메리카:시빌 워

<배트맨 대 슈퍼맨>이 꿈꿨던 모든 것

by sotha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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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기대했던 작품이지만 막상 어떤 작품이 나올지 예상할 수 없었다. <캡틴 아메리카:윈터 솔져>가 예상치 못한 작품성과 장르적 이종교배를 보여줬기에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 역시 그 완성본을 쉽게 예측할 수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공개된 <시빌 워>는 전혀 예상치 못한, 그러나 그 완성도만큼은 보장하는 작품이었다. 무척 당연하게도, 혹은 우습게도 워너-DC에서 한 달 전 이미 선보였던 <배트맨 대 슈퍼맨:저스티스의 시작>의 ‘완전체’ 같은 작품이다.


단순 비교는 피하고 싶지만 ‘두 영웅의 대립’이란 것만 해도 두 작품의 유사성은 명확하다. 실제 공개된 작품을 비교해본다면 더욱 그러하다. ‘옳다’고 할 수 없는 양립된 가치, 보다 어두워진 분위기, 사실상 흑막으로 등장하는 악당, 새롭게 정리되는 시리즈 등 두 작품이 추구하는 방향성은 의외로 일치한다.


그러나 마블의 영화 ‘연차’가 더 오래된 만큼, 그 기획이 탄탄히 쌓여온 만큼 <시빌 워>는 진중한 싸움과 유쾌한 대화가 끊임없이 교류하는 완벽한 모습을 보여준다. <배트맨 대 슈퍼맨>이 정말 끈질기게 두 영웅의 심연을 탐구하고자 노력했다면 <시빌 워>는 인물들의 과거와 성격을 기반으로 그 싸움을 정당화하는 데 시간을 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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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스를 시작하기 위해 ‘떡밥’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 <배트맨 대 슈퍼맨>과 달리 <시빌 워>는 전편에서 이어진 단서들을 응집시키는 데 노력을 들이고, 덕분에 모든 이야기는 이 영화 한 편에서도 풀어질 수 있게 됐다. 그 많은 조롱 속에서도 <배트맨 대 슈퍼맨>을 옹호해왔지만 단일 작품으로 봤을 때의 완성도는 한참 밑임을 새삼 느낄 수밖에 없었다.


각 영웅들의 시너지는 <시빌 워>에서 가장 정점이라고 할 수 있다. 서로 다른 진영에서 싸우게 됐지만 이들의 대화나 장면 연출은 ‘어벤져스’ 시리즈보다도 월등히 좋다. 특히 말장난에 능한 앤트맨과 스파이더맨의 출연, 묵직한 카리스마를 선보이는 블랙 팬서의 합류가 <시빌 워>의 가장 훌륭한 요인이라고 할만하다.


이런 시너지는 작품의 활기를 불어넣는 유머로 이어진다. <시빌 워>는 그 진중한 스토리-세계 위험과 영웅들의 분열-에도 웃음을 터뜨리는 장면들이 속속 나오고 그것은 꽤 유효타를 날린다. 별 거 아닌 듯하지만 이 유머들이 인물들의 생기를 살리고 그 관계를 돋보이게 한다는 점은 굉장히 계산이 잘 된 장면들임을 입증한다.

전작 <윈터 솔져>가 정치스릴러를 차용했듯 이번 작품에서는 일종의 첩보 스파이물을 염두한 듯한 텍스트 연출도 인상적이고(공부 부족으로 정확히 이 장르인지는 미지수), 여러 모로 다시 곱씹을 수 있는 시리즈에 대한 복선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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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꽤 크게 느낀 단점이 있다면 과연 이것이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인지 생각나는 점이다. 영화 속 대부분은 격정적 감정은 토니 스타크가 겪는 편이며 캡틴은 여전히 침착한 편이다. 겉으로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 캡틴의 감정들 때문에 유독 토니 스타크의 분노와 그에 따른 결정이 크게 다가온다.


특히 ‘캡틴 아메리카’의 캐릭터성은 <윈터 솔져>에서 거의 완벽하게 드러났다. 그 자신이 상징하는 미국이란 국가가 실은 내부에서부터 썩고 있었을 때, 그의 숭고함은 더욱 부각됐고 극에 달한 ‘선善’이었다. 그 정점을 찍었던 캡틴이 이번 작품에서 보다 개인적인 이유에서(물론 그것이 대의를 향한 발걸음이 되지만) 스토리를 이끈다는 건 전작에 비해 아쉬운 점이다.


하지만 <시빌 워>는 그런 아쉬움 이상의 작품이다. 마블과 루소 형제의 시너지, 즉 제작사-감독의 호흡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내심 느끼게 한다. <윈터 솔져>에 더 가까운 얘기지만, <시빌 워> 역시 ‘잘 만든 상품은 명작이 된다’라는 문장에 예로 뽑을 수 있다. 까놓고 말해, 공항 전투씬만 해도 표값은 뽑는다.


movie_image (1).jpg 휑해보인다 생각말고 극장에서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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