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예산 코미디가 거둘 수 있는 성취
잘 만든 영화는 아니다. 데뷔작임을 감안해야 그래도 적당히 괜찮은 영화로 보인다. 다소 엉성한 화면이나 편집은 분명 역량이 부족한 것이 드러난다. 그럼에도 <위대한 소원>은 그럭저럭 마음에 와닿는 영화이다. 한계가 분명한 만큼, 장점도 명확하다.
먼저 이 영화는 좋은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완성도나 작품성에 비견할 시나리오는 아니지만 대체로 코미디 영화가 배우의 순간적인 애드립이나 개인기에 의존하는 것에 비하면 <위대한 소원>은 캐릭터들이 시나리오에서부터 계획돼있다. 그래서 지나가는 듯한 행동이나 대사에도 캐릭터가 잘 담겨진 편이며 이것이 배우의 궁합을 넘어 인물들 간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이 시나리오는 좋은 배우들을 통해 재치 있게 그려진다. 류덕환, 김동영, 안재홍, 전노민. 딱 보기에도 그렇게 코미디와는 잘 맞는 배우들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에서만큼은 캐릭터들의 감정 연기를 극적으로 해내 희비극의 감성을 극대화했다. 특히 안재홍의 연기는 작품 내내 일품이며 (분명 감독이 분량 밸런스를 위해 신경썼을) 류덕환의 독백은 인상적이다.
<위대한 소원>은 홍보와는 달리 그렇게 섹스코미디에 연연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영화의 전반부는 본격적인 얘기 이전, 죽어가는 불치병 환자가 있는 가족코미디에 가깝다. 이것은 이 영화가 가진 장점이자 단점인데, 이 분량 때문에 발화점이 늦춰지기도 하고 반면 인간애의 온기가 짙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재밌게 봤으면서도 마음에 걸리는 문제가 없지는 않다. 하나는 가정폭력이 희화화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정도의 코미디야 어디서건 등장한다. 가부장적인 아버지가 한국 사회의 가장 단적인 풍자 대상인 것도 사실이고. 그렇다고 그 문제가 불편함을 주지 않는 건 아니다. 그것도 아들이 어느 순간 순응하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남자의 관점이란 것도 문제이다. 감독은 “이런 상황에서도 결국 그들이 혼쭐이 난다는 걸 표현하기 위해 때리는 장면도 많이 넣었다”고 의도를 분명히 했지만, 이 영화 속 남성의 시선이 정말 정당화될 수 있는지는 오직 여성관객들만 알 수 있으리라.
그러나 이런 몇몇 문제와 다소 빈약해보일 수 있는 완성도를 용인할 수 있다면, <위대한 소원>은 무척 재밌는 작품이다. 시나리오, 배우, 과장되지 않은 감성은 이런 저예산 코미디에서 성취할 가장 좋은 것들이라고 느낀다. 개봉 직후 관객이 꽤 모이고 있는 만큼 이 영화를 본 여성 관객들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