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이기에 거칠고 귀중하다
물론 영화는 개인적인 이야기다. 모든 영화라고 할 순 없지만, 대놓고 상업적인 영화가 아니라면 모든 영화는 누군가의 경험이나 생각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자비에 돌란의 ‘아이 킬드 마이 마더’ 역시 그런 영화의 표본이다.
아무래도 본인도 그런 사실을 숨기고 싶진 않았는지 영화 중간 독백 장면들을 배치해 감독-주연-본인이란 기묘한 줄타기를 계속해나간다.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말할 수 있을 만큼 확신이 있었는지 다양한 이야기를 후베르트를 통해 풀어낸다. 통속적인 영상 문법을 뒤집는 화면 배치나 편집 방법, 여유만만한 음악 사용까지 그야말로 ‘핫’할 수밖에 없는 신인 감독의 위용을 그대로 드러낸다.
특히 그 중에서도 흥미로운 건 화면 속 인물의 배치다. 인물들을 벼랑으로 몰 듯 화면 끝에 배치한다던지, 전혀 안정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한가운데에 둠으로서 괴리감을 부각시키는 등 고민과 미적 감각이 묻어난다.
그러나 지금 이 작품을 꺼내보는 건 어떤 느낌인가 하면, 의도적으로 ‘마미’의 개인적인 버전을 보는 느낌이다. 두 작품이 미쟝센적으로는 큰 차이를 보이지만 확실하게 특색이 있고 보다 보편적인 이야기인 ‘마미’에 비해 ‘아이 킬드 마이 마더’는 자비에 돌란 감독의 자의식이 지나치게 부각되고, 또 개인적인 경험차에 비중이 크다.
예컨대 똑같이 엄마에게 애증을 가진 후베르트와 스티브지만 스티브는 ADHD를 앓고 있다는 점에서 그 애증이 이해가 되지만, 후베르트는 (물론 중반부에 뭔가 다른 점이 밝혀지지만) 다른 이유가 없다. 단지 예민한 성격이라고 하기에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물론 작품이 ‘개인’으로서의 엄마-아들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계속되는 반항과 사과, 두 사람의 충돌에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그걸 뛰어넘으려면 설득될 요인이 있어야 하지만 그 요인조차 개개인의 경험에 달려있는 것이 이 영화의 한계이다.
때문에 ‘예쁜 이미지’를 제외하면 ‘아이 킬드 마이 마더’에 남는 것은 그다지 맞지 않다. 텍스트를 사용한 연출이나 각양각색의 인서트 쇼트도 인상적이지만 이것 역시 ‘영상미’라는 범주 외의 것은 아니다. 이 영화가 모자란 것은 아니지만 지금 보기엔 자비에 돌란 작품 중에서도 거칠다는 느낌이 강하다.
반대로 말하면, 이 작품은 자비에 돌란 작품 중 가장 개인적인 색이 강한 셈이다. 팬덤을 가진 감독이기에 이 데뷔작이 더욱 귀중해지는 건 그 지점때문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