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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소녀시대

배우들의 매력과 추억만 남아

by sotha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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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차례 복고풍이 지나간 한국 사회지만, 여전히 추억은 아름답다. 과거는 사람의 머리 속에서 계속 한 가지 특성으로 부각되는데, 아름다움이거나 혹은 비극적인 요소로 귀결된다. <나의 소녀시대> 는 그 중 '아름다움'으로 포장된 과거의 이야기다.


생각지도 못한 흥행 성적에 뭔가 새로운 것이 있나, 혹은 각별한 특징이 있나 궁금하다면 <나의 소녀시대>를 포기하는 편이 좋다. 이 영화는 무척 순탄하게 추억을 포장하는 데 관심이 있다. 그것도 어떤 '야망'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정도이다.


장점부터 짚어보자면 <나의 소녀시대>는 배우들의 빛나는 매력이 가득하다. 쉬타이위 역의 왕대륙은 고정팬층을 만들 정도로 미남인데다 캐릭터에 적합했고, 린전신 역의 송운화도 남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할 만큼 멋진 '변신'을 보여준다.


또 사실상 '추억'이라기보다 '판타지'에 가까운 전개는 순정만화 풍의 멜로를 스크린으로 재현해 한동안 '로맨틱 코미디'에 목말라 있던 관객들을 정확히 저격한다. 이미 여러 번 반복된 이야기는 관객들을 쉽게 영화에 적응케 하는 힘이 있으며 그런 요소를 한층 부각시킨 연출은 가볍게 볼 수 있는 멜로드라마의 힘을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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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요소들을 위해 <나의 소녀시대>는 정말 뻔한 길을 택한다. 예측가능한 상황이 몇 번이나 제시되는 것도, 최소한의 개연성만 남겨놓은 급작스런 터닝포인트도 이 영화가 추구하는 바를 확고히 한다. 추억 곱씹기, 그 이상은 담겨져 있지 않다.


액자식 구성이라지만 현대와 과거의 호응이 전무하기 때문에 굳이 이렇게 만들었어야 했는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아예 과거의 이야기에서 시작해 엔딩으로 달려갔다면 지금보다 더 몰입감이 있지 않았을까. 과거 장면에서도 인물들이 쉽게 소비되는 경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린전신의 친구들은 소개된 성격보다도 더 얇은 캐릭터성을 가질 뿐이다.


외국어 영화에선 '발연기'를 잘 못 느끼는 편인데도 타오민민 역을 맡은 간정예의 연기가 밋밋하다는 것도 작품의 감점 요인이다. 비하적으로 들릴지는 몰라도 이미 '외모'에서 그 인물의 설정과 엇나간 느낌인데 연기까지 평범하니 네 사람의 엇갈린 멜로를 어느 정도 억제해버릴 정도다.


134분이란 긴 상영시간에도 <나의 소녀시대>는 체감 시간이 낮은 편이다. 다소 분할된 듯한 에피소드 구성이그런 호흡을 만들어주는 것이기도 하고, 인물들을 따라가면 금방 와닿는 이야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의 소녀시대>는 쉽고 재밌고 금방 휘발된다.


원체 서양 장르 영화에 관심이 많은 필자의 취향을 감안하더라도 <나의 소녀시대>가 가진 장점은 그 정도이다. 그보다는 단점이 더 큰 편이다. 가장 큰 인상은 배우와 추억 말고는 그저 그렇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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