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3편의 실수는 반복되는가
분명 '엑스맨: 아포칼립스'는 선택을 해야 했을 것이다. 시리즈를 새롭게 정립했던 전편 '엑스맨:데이즈 오브 퓨쳐패스트(DOFP)'로 새로 시작했지만 사실상 새 시리즈 마무리해야만 했으니까. 그래서 이번 편에서는 최강의 적과 (잠재적으로) 최강의 아군을 꺼내든 것이다. 그리고 그건 신 삼부작의 최고 악수(惡手)가 됐다.
만일 단독 작품으로 놓고 본다면 '엑스맨: 아포칼립스'가 그렇게 혹평을 모으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찰스 자비에와 에릭 렌셔의 인간적인 모습, 제니퍼 로렌스의 미스틱을 가장 많이 볼 수 있고, 범세계적 재앙을 굉장히 멋들지게 그려내며 블록버스터로서 재미는 충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엑스맨:퍼스트 클래스', 'DOFP'의 속편이다. '엑스맨' 시리즈를 다시 영리한 블록버스터의 계보로 올려놨던 전작들의 뒤를 밟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많은 사람들은 더 섬세한 심리 묘사, 다양한 액션과 인물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엑스맨: 아포칼립스'는 그 맛이 지나치게 떫떠름하다. 뮤턴트를 진화시키는 힘을 가진 아포칼립스가 굳이 4인의 기사를 거느리는 것도 '설정' 이상의 의미가 없고, 무엇보다 그 코스튬을 꾸며주는 모습을 일부러 담은 건 이것이 일종의 코미디인지, 아니면 팬서비스인지 알 수도 없을 만큼 모호하다.
그렇다면 다른 쪽, 엑스맨이나 찰스-에릭은 어떤가 보면 이쪽은 지나치게 반복적인 이야기에 빠져있다. 여러 차례 선과 악을 오갔던 미스틱이나 에릭 렌셔가 다시 '줄타기'를 하는 것도 이전만큼 설득력이 있지도 않고, 찰스는 'DOFP'에서 사실상 사라진 줄 알았던 모이라와의 로맨스를 하고 있다. 이 모든 과정은 '인간적인 뮤턴트'라는 것으로 포장되지만, 실제로 관객들에게 와닿는 건 전작들보다 미적지근하다.
사실 그 모든 걸 제치더라도 만일 '엑스맨: 아포칼립스'가 선과 악의 대립을 끝까지 밀고 나갔으면 더 좋은 평가를 받았을 가능성은 있다. 아포칼립스의 위엄이나 더 강해진 매그니토, 리더의 모습을 보여주는 찰스 자비에 등 모든 캐릭터들은 나름대로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큰 판을 만들었지만 그 뒷수습까지는 고민하지 못했는지 이 작품은 단 한 인물의 능력에 매달려 싸움의 결말을 마무리한다. 그 결과 이 영화 전체가 마치 예고편 같은, 삼부작의 마지막이면서도 파일럿 에피소드 같은 분위기를 형성하고 만다.
어느 부분부터 문제가 됐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엑스맨'에 관심이 없던 걸로 유명한 브라이언 싱어가 애정을 가지면서 '슈퍼맨 리턴즈' 같은 과잉을 넣었는지, 아니면 매튜 본 감독이 손을 완전히 떼서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다음 편에서는 지금처럼 '갈등'을 '애매모호'로 표현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들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