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지만은 삶의 단면
흑백과 컬러를 사용하며 쳇 베이커의 몰락과 복귀를 그려낸 <본 투 비 블루>는 순간순간 아아름다운 이미지를 스크린에 그려내며 관객들에게 황홀한 경험을 선사한다. 그러나 이 영화가, 혹은 쳇 베이커가 정말 삶을 찬양하고 있는가. <본 투 비 블루>의 매력은 바로 거기에 있다.
음악과 영상으로 쳇 베이커의 노력을 보여주긴 하지만, 이 영화가 취하고 있는 태도는 ‘전설적인 인물’에 대한 극찬이나 헌정은 아니다. 쳇 베이커는 천재지만, 이 영화에서는 때때로 고집불통이고 제멋대로이기도 하다. 그가 본격적인 재기에 발을 내딛어도 그의 과거는 맴돌며 ‘안된다’라고 속삭인다. 여타 영화들이 그렇듯 이걸 깨부수기 위한 과장된 노력은 <본 투 비 블루>에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그 노력은 일상에서 녹아있을 뿐이다.
그래서 영화의 막바지, 쳇 베이커의 무대는 관객에게 쾌감보다는 안타까움, 서늘한 미묘함을 선사한다. 그의 오랜 노력, 필사적인 변화에도 그가 느끼는 벽이 확고하단 건 모두가 알기 때문이다. 쳇 베이커를 알던 사람이든, 이 영화를 통해 그를 알게 된 사람이든 ‘전설’은 존재하지 않고 거기엔 한 남자만이 서있다.
<본 투 비 블루>가 오랜 여운을 남기는 건 그런 이질감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과정과 결과, 사랑과 결혼, 과거와 현재 등 이어진 듯 별개인 듯한 요소들의 충돌을 아름다운 음악과 영상으로 포장하니 이 충돌은 다시 작품 전체로 확장돼 쳇 베이커의 음악처럼 ‘우울함을 타고난’ 영화가 된다.
이런 미묘한 맛은 이 영화의 장점이기도 단점이기도 하다. 관객의 취향에 따라 밋밋한 작품이 될지도, 마음에 새겨질 걸작이 될지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 절절한 감정만큼은 누구에게나 새로운 감회를 안겨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