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를 찾을 수 있다는 확신
얼마나 놀라운 작품이길래. 한국 독립영화를 향한 찬사가 나올 때면 약간 모난 눈으로 보곤 한다. 저예산 영화의 인프라가 몹시 빈약한 한국에서 탄생한 독립영화들은 때때로 (영화 팬들이 지칭하는) '다르덴 식' 영화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곤 하니까.
<우리들> 역시 그런 형식의 영화이긴 하다. 처음 암전된 화면에서 페이드인되면 선(최수인)의 얼굴부터 시작하는 이 영화는 그 시점부터 선과 지아(설혜인)의 모습을 집요하게 따라붙는다. 하지만 대개 뒷모습이나 실루엣에서 시작하는 것과 달리 선의 정면으로 영화의 막을 올리는 <우리들>은 그만큼 어떤 확신에 차있다. 이 초등학교여학생들의 모습을 완벽하게 담아낼 거라는.
흥행작이 됐기에 조금만 검색해도 알 수 있는 제작과정이나 윤가은 감독의 연기 디렉팅에 대한 언급을 배제하더라도 <우리들>은 무서울 정도로 착실하게 이야기를 진행시켜나간다. 아이들의 사건에 대한 '작용-반작용'을 전혀 유치하지 않게 담아낼 수 있었던 건 배우들의 연기도 있었지만 흔들림 없이 주시하는 묵직한 연출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인물들의 행동에 대한 고민이 묻어난다. 만일 <우리들>이 이런 스토리로 초등학생이 아닌 고등학생, 혹은 남학생들의 이야기였다면 해법은 더 간단하고, 더 명확했을지 모른다. 표면에 드러난 역동성은 더 컸을지 모른다. 그러나 아직 세상과 관계에 미숙한 이 여학생들의 모습은 처음에는 안쓰럽다가도 어느 순간 공감할 수밖에 없다. 관객들 모두 그런 순간을 살아왔고, 어쩌면 지금도 살고 있으니까.
정말 마음에 드는 건 선과 지아의 이야기가 가정사를 통해 '어른의 세계'로 확장될 때, 그곳에도 어른의 시선이 없다는 점이다. 모든 것이 어리둥절할 두 사람의 시선에 맞게 그들에게 어른들의 모습은 뭔가 두리뭉실하다. 호와 불호도 명확하지 않고, 행동거지 하나도 참 미묘하다. <우리들>은 어른들 역시 때때로 방황하고 희미한 관계를 부여잡고 산다는 걸 보여준다. 강조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들>은 여전히 '우리들의 영화'로 남을 수 있게 됐다.
특히 엔딩 장면으로 이 영화는 '영화가 가짜인가 진짜인가'라는 오랜 질문에 일종의 대답을 한다. '진짜일 수 있다'라고. 카메라를 통해 그려지는 장면이지만 <우리들>의 마지막 엔딩은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 진심이 담긴 장면을 포착해낸다. 그건 배우들의 눈빛과 감독의 섬세한 관찰, 그리고 우직하게 밀고 온 연출이 '삼위일체'를 이루면서 순간적으로 발화하는 '진짜'의 아름다움이다.
곰곰히 돌이켜보면 그 엔딩의 여운에 스스로 속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영화는 대체로 필자의 마음 속에 그렇게까지 크게 와닿지 않았으니까. 그럼에도 돌이켜보고 되짚어보는 과정에서 이 영화가 지닌 정서적인 감응은 고스란히 남아있음을 깨달았다. 적어도 완벽한 엔딩이 작품 전체의 격을 높일 수 있음을, <우리들>은 증명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