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thaul Jul 09. 2016

봉이 김선달

본인들이 신났다고 보는 이도 신나진 않는다

본인도 소문으로만 들은 말이지만 '동시상영'이란 게 있었단다. 수작과 평작, 혹은 졸작을 함께 묶어서 한 편의 관람료만 받았다는 그것. <봉이 김선달>을 보면 놀랍게도 (겪어보지도 못한) 그 상영형태가 생각난다. 한 편의 영화가 전반과 후반에서 완전히 다른 맛을 내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해 그렇다고 <봉이 김선달>의 일부는 좋았냐고 물으면 그건 또 아니다. 자신들이 재밌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혹은 멋진 인물들을 그리고 있다는 도취가 느껴지는 전반부는 퓨전 사극의 트렌드에 맞춰 정신없이 이야기를 털어놓을 뿐이다.


이 영화는 성대련이 주인공이란 게 솔직한 심정이다.

반면 후반부는 김인홍(제목도, 영화 홈페이지에도 김선달로 나왔지만 이 영화에서 김인홍이란 이름이 훨씬 많이 쓰인다. 유승호 분)가 성대현(조재현 분)에게 대동강 사기를 치는 이유, 과정 등의 공감을 '모두가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에 사기극의 탄탄함을 놓쳐버린다.


만일 이런 차이가 있더라도 탄탄하게만 만들어졌다면 훨씬 고급스런 이종장르물로 탄생했을지도 모른다. 코미디-범죄물이란 조합 자체는 이미 많은 영화들에서 성공적인 요소로 작용한 점도 있으니까.


그러나 <봉이  김선달>을 그렇게 명민한 분석으로 접근한 영화가 아니다. 그저 배우들의 연기를 믿고, 그리고 성공적인 퓨전 사극을 따라가기 급급한 공산품일 뿐이다. 


사기란 건 기본적으로 상대를 홀리는 것이다. 사기꾼은 범죄를 저지르면서도 평소의 자신을 변형시켜서, 아니면 아예 다른 인물인 척 연기하는 직업인 셈이다. 유승호는 물론 좋은 배우다. 잘생겼으면서도 변화무쌍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에겐 그정도의 깊이는 없다. 결국 여기에는 사기치는 김인홍이 아니라 그냥 잘생긴 유승호가 연기를 하고 있을 뿐이다.


유승호의 '변신쇼'는 정작 밍밍할 뿐이다.

그리고 이 깊이는 결국 시나리오 상의 문제이다. 성대현에게 복수를 하는 후반부로 치닫기 전까지 영화는 김인홍의 입체적인 모습을 숨기고 있다. 그의 활약상을 늘어놓느라 정작 그가 어떤 사람인지는 배제돼버린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딱 보기에 인물의 성격이 느껴지는 성대련(조재현 분), 보원(고창석 분), 윤보살(라미란 분) 등이 훨씬 정감 간다.


<봉이 김선달>과 똑 닮은 헐리우드 영화가 있다. 바로 <핸콕>이다. 전반부는 히어로물이었다가 후반부는 SF 비극으로 돌변했던 그 영화의 행보를 이 작품은 똑같이 밟고 있다. 한 작품은 하나의 태도로 만들어질 때 보다 높은 완성도나 여운을 남길 수 있다는 걸 왜 모르는 걸까.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