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로 원작 팬들을 위한 작품이었음을
그렇게 호평을 받았던 것과 달리 어딘가 싱거운 작품이었다. 경탄을 하자면 영상만으로 하루하고도 반나절은 할 수 있겠지만 영상만으로 <정글북>을 극찬하기엔 뭔가 석연찮은 부분이 적잖아. 이건 보는 이들의 나이 때문일지도 모르고, 국적 때문일지도 모른다. 영화 <정글북>은 전적으로 디즈니 애니메이션 <정글북>의 감성을 담는 데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언급하는 CG의 환상적인 면은 그야말로 극에 달했다. 공간을 창조하는 능력뿐만 아니라 인물 대신 동물이라는 엄청난 도전도 성공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상대가 동물이기에 불편하다던가 몰입이 깨진다는 점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모든 세계의 동물들이 이 영화의 생기를 살린다는 건 아이러니하면서도 이 영화의 성공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나 <정글북>의 호불호가 가장 갈리는 지점은 바로 애니메이션에 대한 태도이다. 디즈니-픽사의 팬이라고 자처하는 편이지만 <정글북> 원작에 대해 애정이 다소 얕은 입장에서는 오히려 이 영화의 분위기가 애매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예컨대 발루나 킹 루이의 뮤지컬 장면은 작품의 흥을 더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사실적인 질감을 고스란히 살린 영화 <정글북>에는 다소 튀는 것도 적잖다. 물론 원작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면 더없이 즐겁긴 할 것이다. 보는 재미도 더할 것이고. 그러나 객관적인 시선에서는 여전히 이질감이 있다는 게 개인적인 느낌이다.
그리고 대체로 자연과 융화되는 과정을 그리려고 하는 요즘 영화들답게 <정글북>도 나름대로 그런 장면을 담아낸다. 불을 포기하는 모글리의 모습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결국 반감이 드는 건 영화가 대하는 태도이다. 인간의 도구로 정글의 자원이 착취되는 장면이나 결국엔 코끼리라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와 함께 하는 모글리의 모습은 역설적으로 인간의 정복자적인 면모가 담긴 것 같아 불편하다.
특히 <정글북>을 쓴 러디어드 키플링의 생전 모습이나 디즈니가 처음 애니메이션을 제작했을 당시의 미국, 패권주의 등을 생각하면 이런 해석이 단순히 단편적인 것으로만 보이지 않아 영화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찝찝함을 남기는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아마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쯤이면 아마 이 영화가 마음에 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요근래 봤던 작품 중 최고의 엔딩크레딧으로 뽑아도 손색없는 재치가 영화의 유쾌함을 그대로 이어간다. 3D로 보지 않았다면 3D로 다시 보고 싶을 정도로 정성들인 엔딩크레딧은 <정글북>의 다음 시리즈까지 기대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