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빠진' 이들을 위한 픽사의 위로
요컨대 필자는 디즈니-픽사의 영원한 팬이자 지지자다. 어릴 적 디즈니의 셀 애니메이션을 보며 크고 좀 큰 후론 픽사의 작품에 감탄하며 살아온 이에겐 이번 <도리를 찾아서>도 충분히 '픽사 매직'을 경험할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 국내의 반응을 모아 <정글북> 때처럼 호불호가 갈리는 것은 분명하다. 그것도 북미랑 비교해본다면 더욱 그렇다. 다행히도 필자에게 <도리를 찾아서>는 그야말로 '극호'로 와닿았다. 어떤 점 때문일까 곰곰히 생각해봐도 그건 말로 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순간'에 느껴진 감동에 영락없이 홀랑 빠져들었고, 그래서 '픽사 매직'이란 말을 첫 문단에서 꺼내게 됐다. 다른 작품은 몰라도 <도리를 찾아서>는 필자에게 '마법'같은 순간이었다.
많은 이들이 그렇듯 <주토피아>와 비교를 해보자면 개인적으로는 <도리를 찾아서>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유쾌한 위트나 캐릭터 자체는 <주토피아>가 한 수 위지만 씌어진 프레임에 비해 지나치게 이상적인 건 어쩐지 껄끄럽다. 반면 <도리를 찾아서>는 기존 바다의 세계에서 벗어나 의도적으로 아쿠아센터로 배경을 확장시켜 '장애'와 '편견'에 대한 이야기를 녹여냈다.
시종일관 민폐를 주는 도리라는 캐릭터를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불호인 건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그리고 다소 우연에 기댄 상황들이 이어지는 것도 아쉽긴 하다. 그러나 영화 밖의 사건과 영화 내의 사건이 전부 회귀적인 형태로 귀결되는 건 꽤 흥미로웠다. 국내에서 인기있는 해외작가의 작품을 떠올리는 경향도 있고, 그 회귀를 통해 같은 듯 달라진 현실의 미세한 차이를 그려내는 것도 좋았다.
다른 것을 차치하더라도 <굿 다이노>에서 느꼈던 픽사의 디테일한 그래픽도 여전하다. 단편 <파이퍼>에서는 (인간의 세계에 비해) 터없이 작은 세계를 화면의 심도를 통해 아름답게 표현했다면 <도리를 찾아서>에서는 물에 투과되는 빛 특유의 아름다움과 생물들의 질감을 살려내 현실과 가상 사이의 미묘한 미를 잡아냈다.
이 모든 섬세한 아름다움은 마지막 결말의 메시지를 통해 2시간동안의 황홀한 경험으로 발화된다. 눈물을 자극하는 장면이 아닌데도 가슴벅찬 감동이 느껴지는 건 작품에서 '도리'와 그의 주변인물들의 단점을 직시하는 태도가 쌓여 응축된 감정이 됐기 때문이라고 느꼈다. 무엇보다 개인적인 경험, 인생을 건드릴 수밖에 없는 결말은 결국 관객 개인의 경험으로 이어진다.
…고 필자는 생각한다. 단점이 없을리가 없는 작품임에도 완전히 객관적인 시선을 갖기엔 이미 '매직'에 빠져버린 일원으로서 거듭 '개인적으로'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확실한 건 <도리를 찾아서>는 그래도 픽사의 감이 여전하다는 것을 보증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