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의 영화는 두 번 죽는다
이전에도 리뷰했던 대로 <배트맨 대 슈퍼맨:저스티스의 시작>을 몹시 애정하는 편이지만,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용서할 수 없다. 이게 관람 후 첫 인상이라니, 스스로도 놀라울 정도다.
어디서부터 잘못됐는가 짚어본다면, 결국 수장이 잘못했다고 보는 게 가장 적합하다. 각본도 손대고 메가폰도 잡은 데이비드 에이어는 이 영화에 어떤 콘셉트가 있는지 본인도 모르는 것 같다. 하고 싶었던 것은 보인다. 아마도 <데드풀>+<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였을 것이다. '힙'하고 재기발랄한 그 영화들. 그러나 진작에도 어떤 '특색'이 강하지 않았던 에이어 감독은 이렇게 개성이 강한 캐릭터들을 가지고도 고작 푸념이나 그리고 말았다.
시나리오 작법에서도 항상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10분의 법칙'이다. 영화 상영 후 10분 안에 관객을 사로잡아야한다. 물론 상영시간이 점차 길어진 요즘 영화는 10분보다 길다지만 중요한 건 10분, 즉 오프닝의 중요성으로 직결된다.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오프닝은 중구난방이다. 어떤 인물을 중심에 세우기보다 이 인물 저 인물 기웃거리는 (타이틀 전) 오프닝은 영화의 후반부까지의 단점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단순한데도 집중되지 않는다.
또한 영화의 '광기'도 제대로 유지되지 않는 게 패착이다. 상식적으로 (원작 팬들을 제외하면) 극장에서 이들을 만나는 것을 전제로 했다면 언젠가 악당으로 만날 이들을 이렇게 그려선 안된다. 아니면 다른 영화에서 이들을 먼저 소개했어야 했다. 그러나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이번 DCEU에서 처음 소개된 악역들까지도 '인간미'를 부여한다고 그들을 도리어 평면화해버린다.
영화 초반, 현란한 색감과 강렬한 음악으로 (마치 뮤직비디오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시작한 영화가 점차 어둡고 어두운 시가전을 그리더니 결국엔 '사실 이 놈도 좋은 놈이었어'라는 태도를 취하는 게 과연 이 영화를 기다린 팬들이 뭘 기대하고 있는지는 알고 있나 싶다.
그러니까 DC-워너는 같은 일을 또 반복한다. '원작 파괴'로 팬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애매하게 꼬아놓은 플롯은 오히려 극의 몰입을 방해한다. <배트맨 대 슈퍼맨>의 묵직한 분위기까지 제거된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정말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하나 없는' 영화가 되고 말았다.
아무래도 '저스티스 리그' 프로젝트를 보는 워너 간부진들의 객관적인 시선이 부족함을 인정할 때다. 그렇게 특색이 강하지 않은 데이비드 에이어에게 이 프로젝트를 내준 것을 비롯해 하필 조커의 첫 등장을 이 작품으로 삼은 것, 메타휴먼이 있는 세계관을 위해 이 작품에까지 강한 메타 휴먼을 출연시킨 것 등 마치 마블과는 다른 '차이'와 '도전'에만 급급한 느낌이 강하다.
다 필요없다. 만일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말도 안되는 스토리, 막 찍은 화면, 뮤직비디오 같은 과다한 음악으로 점철됐어도 캐릭터들만 제대로 살아있으면 팬들은 '투썸즈업'을 외쳤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작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가장 필요한 '캐릭터'를 다 놓쳤다. 카리스마는 온데간데 없는 조커(이건 자레드 레토의 문제가 아니다, 결코), 데우스 엑스 마키나격인 모 캐릭터, 그냥 무표정이 강한 줄 아는 아만다 월러 등 그저 배우들의 연기에 기대고 있는 게 전부다. 부디, 속편에선 제대로 '악역'을 그려주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