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심이 아쉬워도 쫄깃한 서부극
원작을 보았으나 전혀 기억나지 않은 입장에서 작성합니다.
서부극 세대도 아니고, 그렇다고 마땅히 서부극을 좋아하지도 않지만 언제나 서부극의 이미지는 선명하게 남아있는 편이다. <옛날 옛적 서부에서> 속 찰스 브론슨의 표정이나 <석양의 무법자>에서의 기묘한 기싸움은 잊으래야 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타란티노 감독이 제작한 두 편의 서부극을 빼면 <매그니피센트 7>은 대중들에게는 오랜만에 다가온 서부극일 것이다. 한국 관객들에겐 이병헌의 출연도 솔깃할 만한 영화이기도 하다.
(<7인의 사무라이>를 원작으로 하는) 원작 <황야의 7인>의 리메이크인 이 영화는 서부극을 완전히 색다르게 표현하려고 노력하진 않는다. 오히려 명백하게 악역인 바르톨로뮤 보그(피터 사스가드)의 등장부터 타이틀 이후 샘 치좀(덴젤 워싱턴)이 아지랑이 사이로 다가오는 오프닝까지, 기존 서부극의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차용한다.
그런 서부극의 차용은 중후반부까지 꽤 잘 녹아들어 있다. 서부극 특유의 익스트림 롱쇼트를 통한 풍광 묘사도 무척 아름다운 편이고, 빛과 그림자를 이용한 얼굴의 느낌을 부각하는 몇몇 장면은 근래 봤던 영화 중에서도 가장 피사체를 감각적으로 그려낸다.
총을 누가 먼저 뽑아드느냐가 싸움의 승패를 가렸던 서부개척시대의 눈치싸움도 긴장감 있게 사용되고 있다. 특히 위기에 몰린 패러데이(크리스 프랫)의 2대 1의 싸움 장면과 마을에 도착한 7인이 보그의 부하들과 대치하는 장면은 얼른 다시 돌려보고 싶을 정도로 치밀하게 계산된 긴장감을 부여한다.
그럼에도 ‘매그니피센트 7’은 재미는 둘째치고 ‘작품성’과는 거리가 조금 있다. 중반까지 능숙하게 서부극의 장점을 가져왔던 이 영화가 후반부, 마을에서 벌어지는 한바탕 전쟁에서는 지나치게 폭발과 스펙터클한 액션에 말려들고 만다. 단 한 발의 총성으로 시작되기까지의 긴장감이 흥미롭던 서부극이 그저 평범한 액션 영화로 전락하는 것이다.
거기에 원작이 있는 작품, 그리고 특색이 강한 장르의 작품이 그렇듯 클리셰의 함정에 빠지고 마는 것도 사실이다. 탈환-사수로 이어지는 전개에서 꼭 필요한, 그러나 리듬감을 해치는 등장인물들의 만찬과 대화는 이성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해도 보는 이로서는 아쉬울 뿐이다. 인종적인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결국엔 ‘선한 행동’으로 기억되는 마지막 결과도 마냥 즐겁다고 하기엔 석연치 않다.
그럼에도 ‘매그니피센트 7’은 배우들의 케미스트리, 서부극의 묘미라는 점에서 볼 만하다. 덴젤 워싱턴과 에단 호크는 연기만으로도 인물을 폭넓게 만들어주고 이병헌은 많지 않은 대사에도 에단 호크와 훌륭한 ‘브로맨스’를 형성한다. 악역을 맡은 피터 사스가드의 연기도 그렇고 크리스 프랫, 맷 보머, 빈센트 도노프리오, 캠 지갠뎃, 헤일리 베넷 등 배우들의 연기와 캐릭터도 재밌다.
어쩌면 그래서 ‘매그니피센트 7’의 뒷심이 더욱 아쉬운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명작의 리메이크로서 지나치게 새로운 길이 아닌 서부극을 ‘그 맛대로’ 표현했다는 것, 그것이 꽤 성공적인 작품임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