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더, 아쉬움이 남는 기묘한 영화
영화를 보다 보면 '아, 아무것도 몰랐으면 좋았을걸' 싶은 영화들이 있곤 한다. <맨 인 더 다크>는 딱 그런 영화다. 제2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소개된 이후 커뮤니티를 통해 호평이 자자했고, 개인적인 기대감은 꽉 찬 상태였다. 그런 마음으로 극장 상영 끝자락에 봤으니, 만족스러우면서도 아쉬움이 맴돌았다.
그러나 분명히 <맨 인 더 다크>는 장르영화로서 성공적인 작품이다. 꽉 찬 플롯을 가지고 있으면서 성급해하지 않고 천천히 관객을 조여 오는 솜씨는 영화가 후반부를 가면 갈수록 점점 고조된다. 단 집 한 채만으로도 마치 정글에서 벌어지는 사냥인 것처럼 여러 변주를 써가며 공포의 지점을 다르게 끄집어내는 것도 성공적이다.
사실 첫 오프닝만 봐도 이 영화가 참 단단할 거란 직감이 들 수밖에 없다. 극원경에서 직부감으로 뭔지 모를 상황을 천천히 다가갈 때, 그리고 마침내 뭔지 관객이 깨달을 때. 이 영화는 그 이미지를 토대로 초반부를 천천히 전개해나가다가 노인과 일행이 맞닥뜨리는 순간부터 거침없이 가속도를 올린다.
'모르고 봤으면 좋았을걸' 하는 마음을 스스로 느꼈기에 자세한 설명은 제쳐두고 싶지만, <맨 인 더 다크>는 서스펜스와 서프라이즈를 적절히 섞어내 더욱 끔찍한 현장의 느낌을 부여한다. 불이 꺼진 지하창고 신은 작정이라도 한 듯 이런 연출이 제대로 구현돼있다.
다만 중구난방의 이야기는 조금 더 정리했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잘 만들어진 공포영화는 항상 현실을 은유하듯 <맨 인 더 다크>도 노인을 '이라크전 참전 용사'로 설정하고 그가 사는 공간을 '사냥터'로 설정해 텍스트를 해석할 만한 여지를 주었다. 심지어 장님이란 설정으로 코를 킁킁거리고 촉각과 청각에 예민하게 만든 건 (극 중 나오는 개처럼) 짐승과도 같은 느낌을 부여한다.
그러나 후반부 갑작스러운 전개는 이런 은유적이었던 부분을 와해시키는 감도 있다. 물론 그것마저 해석의 여지가 남아있다곤 하지만 현실에서의 연장이라고 보기에는 다소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맨 인 더 다크>를 남에게 추천하기 어렵다면, 그건 공포라는 장르 때문이 아니라 이 지점에서의 이질감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맨 인 더 다크>는 무척 빼어난 작품이다. 그러나 아쉬움이 드는 건 어떤 설명 없이 좀 더 밀어붙여봤다면 어땠을지 궁금해지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