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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thaul Nov 20. 2016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

우리 스스로도 모르는 관계의 이야기

그의 모든 작품을 본 것은 아니지만, 이처럼 온순한 느낌을 받은 적은 없다. 그동안 중심에 있던 '영화감독'을 주변 인물로 끌어내린 것부터 어쩌면 이 작품을 통한 '홍상수 월드'의 변화를 암시했는지도 모른다.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은 매번 변주되는 홍상수 감독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독특한 지점을 차지한다.


그동안 그의 영화에선 날카로운 시선들이 번뜩이곤 했다. 예술인들은 삼삼오오 모여 떠들다가 민낯을 드러내기도 했고, 남자들은 항상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급급한 나머지 뻔히 보이는 가식을 떨었다. 그러나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은 온전히 '너와 나'라는 (상대적으로) 평등한 관계를 그려내고 있다. 이 영화는 한 개인의 이야기라기보다 관계 속에 놓인 우리를, 그리고 그런 서로를 대하는 우리의 모습을 묘사하는 데 치중한다.


이 영화가 아름답다고 감탄할 수밖에 없는 건 결국 뚜렷하지 않아서다. 대사에서 몇 번이나 지적되듯 '안다'라는 단어가 담지 못하는 수많은 기의들을 이 영화는 담고 있다.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는 '모른다'는 걸 인정하고 그것을 넘어서는 '진심'을 영화로 표현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래서 이 영화에서 대해선 안다고 말할 수 없다. 모르는 걸 다루기 때문에 그저 느낄 뿐이다.

그동안의 홍상수 영화가 징그러울 정도로 리얼한 한국 사회 속 남성을 담았다면,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에서는 그래도 조금은 연민을 가질만한 인물들로 꾸려졌다. 여전히 이들은 자존심이 있어 허풍을 떠는 듯 보이지만 적어도 영수만큼은 그것이 청승맞은 느낌이 들 정도로 후회로 가득 차 있다.


가장 재밌는 건 역시 민정이다. 속이는 것인지 아닌지 그저 추측할 수밖에 없는 이 인물은 '이미지'와 '앎'이란 개념을 흔들면서 계속 '진짜'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새로운 사람인 듯 과거조차 드러내지 않는 민정은 매 순간 도피하고 싶은 마음인지도, 아니면 새롭게 거듭나고 싶은 자아인지도 모르겠다. 그는 그 모호함으로 우리가 이름과 외모를 통해서 안다고 생각하는 개개인을 파괴하고 서로 진심을 다하는 순간만이 온전할 수 있다고 전하는 메신저처럼 보이기도 한다. 


영화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은 홍상수 감독의 분기점이 될 수밖에 없다. 불륜 때문에 해외로 나선 홍상수 감독이 작품으로 사랑을 언급한 첫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이번 작품에는 비판보다는 포용이 느껴진다. 비로소 자기 자신도 같은 인간임을 인정한 느낌이다.

+ 언젠가 좀 더 면밀하게 이 작품을 해석해서 글로 풀어낼 수 있는 솜씨가 되길 스스로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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