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춤으로 승화된 헌정
춤. 때로는 인생에도 비유되는 이 춤이란 건 단순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심오한 의미를 담곤 한다. 음악의 선율에 움직이는 단순한 동작을 넘어 경지에 오르면 물아일체에도 다다르는 '춤'. <라라랜드>는 영화의 애정을 하나의 춤으로 승화시켰다.
존 카니 감독의 <싱 스트리트>, 로버트 뷔드로 감독의 <본 투 비 블루> 등 올해에도 인기를 누린 음악영화는 있었지만 <라라랜드>만큼 획기적으로 관객들에게 다가온 작품은 없었다. 그건 다른 작품들이 "음악+영화"의 형태를 취했다면 <라라랜드>는 완벽하게 "뮤지컬 영화"라는 장르에 딱 맞았기 때문이다.
이 작품을 춤에 비유할 가장 큰 이유는 영화 전반적으로 인간의 움직임과 거기에 맞춘 카메라 워크가 유려하게 펼쳐지기 때문이다. 오프닝에서 '시네마스코프' 로고로 1950년대 영화를 오마주 할 것임을 드러낸 <라라랜드>는 제일 먼저 이 영화에서 가장 현란한 고속도로 위 군무로 막을 올린다. 이 군무에는 단순히 오리지널 군무가 아닌 아크로바틱, 플라멩코 등이 함께 녹아들어 있다. 'Someone In The Crowd'에서도 인물들을 직접 정지동작으로 배치했다가 화면에 리듬감을 실을 수 있게 격한 움직임을 제시하는 것도 '흥'이란 감정을 화면에 풀어놓기 위함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많은 컷을 확보해 편집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프레임 내의 액션으로 영화의 리듬감을 살려나간다. <라라랜드>는 많은 시퀀스를 롱테이크 위주의 적은 컷으로 구성한다. 결정적인 장면은 미아(엠마 스톤)과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이 처음으로 소통하는 'A Lovely Night' 장면이다. 내려오는 길부터 함께 하는 탭 댄스까지. 이처럼 긴 롱테이크 촬영을 고수한 건 인간의 육체가 만드는 에너지와 흥을 신뢰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1950년대 뮤지컬 영화를 오마주 한다는 의도와도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누구나 제목이라도 들어봤을, 그리고 1950년대 뮤지컬 영화의 대표작인 <사랑은 비를 타고>에서도 진 켈리와 도널드 오코너가 만드는 호흡은 함께 하는 기나긴 탭댄스 장면에서 더욱 도드라진다. 이렇게 고전영화처럼 배우가 몸으로 만들어가는 시너지를 신뢰한 <라라랜드>는 그래서 이 시대에 더욱 새롭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라라랜드>가 단순히 흥에 젖은 헌정 영화였다면 이런 호평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이 작품은 이룩하고자 하는 목적(헌정)과 그것을 그리는 수단(음악과 영화) 둘 다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인물의 감정을 따라갈 때 필요하다면 고수하던 미학적인 틀도 깨기도 하고, 반대로 음악 역시 조화와 (세바스찬의 말대로) 대결을 모두 아우른다.
<라라랜드>는 그렇게 곱게 펼쳐진 선율 위로 넘실거리는 춤과 같다. 동시에 모든 요소를 세심하게 집어넣은 장인의 작품이란 느낌도 준다. 오랜만에 필름처럼 따스한 느낌을 주는 이 영화가 모두에게 사랑받는 건 당연한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