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담에 숭고미를 더하다
<로그 원:스타워즈 스토리>(이하 로그 원)은 어떤 면에서 보든 기대만큼 위험부담이 큰 작품이다. 이른바 '스카이워커 연대기'에서 벗어난 첫 번째 작품이며 시퀄이자 프리퀄인 스핀오프라는 점에서 완전히 독창적일 수도, 그렇다고 시리즈를 이어간다고 하기도 애매한 위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로그 원>은 몇 가지 상징적인 변화를 제시하면서 '스타워즈'를 새롭게 풀어감과 동시에 '스타워즈'에서 쓸만한 시그니처들을 착실히 챙기며 시리즈의 편입을 꾀한다.
그런 요소 중 <로그 원>과 '스타워즈' 시리즈의 차이를 잘 보여주는 건 대표 드로이드의 성격차이다. 그동안 클래식과 프리퀄 삼부작의 C-3PO와 R2-D2, 그리고 새로운 삼부작에 합류한 BB-8은 깨알같이 유쾌하고 다재다능한 귀염둥이 같은 성격과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로그 원>은 제국군의 드로이드였던 K-2SO를 내세운다. 냉소적인 유머를 구사하는 이 드로이드는 그간의 '스타워즈'와 다른 <로그 원>의 분위기를 단번에 제시하며 거기에 제국군과 반란군의 대립마저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외형적 디자인 역시 진 어소(펠리시티 존스)는 물론이고 안도르 대위(디에고 루나)와의 키 차이도 월등할 만큼 위압적인 분위기를 발산한다.
또한 그동안 '스타워즈' 세계관이 여러 차례 부자관계, 혹은 그와 유사한 사제 관계에 집중했다면 <로그 원>은 부녀관계를 부각하면서 또 다른 이야기를 담아낸다. 특히 '깨어난 포스'에 이어 이번에도 여성 캐릭터를 중심으로 내세운 건 최근 디즈니가 지향하는 작품의 방향을 드러내는 지점이기도 하다. 아직 본 시리즈의 레이(데이지 리들리)가 도대체 어떤 인물인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걸 생각하면 <로그 원>의 관계가 힌트일 수도 있겠다는 추측도 할 수 있다.
<로그 원>이 '스타워즈'에서 중요한 지점을 차지할 수 있는 건 그동안 신화적인 시각으로만 분석됐던, 혹은 단순한 영웅담으로 치부됐던 세계를 보다 현실적으로 그려냈다는 점이다. 운명론처럼 포스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이야기는 여전히 영웅들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로그 원>은 제국의 탄압적인 태도, 그로 인해 와해된 집단, 기존의 균형이란 틀에 얽매이던 제다이가 아닌 이들의 이야기로 좀 더 친근한 분위기를 채운다.
이 '친근함'이 기반이 됐기에, 그리고 많은 관객들이 이 전쟁의 끝을 알고 있기에 그들의 싸움은 그들을 넘어 이후 진행되는 클래식 삼부작마저 숭고한 기운을 불어넣는다. 스핀오프라는 점을 극대화한 <로그 원>은 한 편의 이야기로도 흥미를 이끌어내면서 팬들에게 향수를 제공하는 훌륭한 '전쟁의 분기'를 그려낸다.
물론 <로그 원>이 반열에 오를만한 작품인지는 의문이다. 어느 정도 예측될 만큼 단순하게 전개되는 이야기와 클래식을 향한 '무한 애정'은 지금 이 시대의 관객들, 특히 '스타워즈'라는 영화를 신화가 아닌 고전영화로 보는 일반적인 관객들에겐 조금 다르게 다가갈 것이다. 진 어소의 급변한 결단력이나 평의회의 정치적인 분위기를 단면적으로만 묘사한 것도 다소 아쉬움을 남기기는 한다.
그럼에도 <로그 원>은 '스타워즈'라는 것을 떼고 볼 때도 만족스러운 블록버스터다. 초중반부를 지나 쏟아내듯 전쟁 장면들을 선사하는 후반부는 '스타워즈' 만의 색깔과 비극적인 전쟁의 정서를 잘 배합시켜 스케일과 여운을 동시에 남긴다. 거기에 펠리시티 존스, 매즈 미켈슨, 포레스트 휘테커 등의 배우들의 연기 호흡을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스타워즈' 팬에게 <로그 원>을 추천하는 건 당연한 것일 테고, 다만 이것을 '스타워즈'라는 시리즈 명성 때문에 지레 겁먹는 일반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관건이다. 아쉽게도 국내에서는 이미 하향세를 타고 있는 분위기지만, 아직까지 망설이는 이가 있다면 늦기 전에 극장에서 만날 것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