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와의 조우, 그 경이로움에 대해
상투성 속의 신선함. 사실 장르물이라 하면 어떤 새로운 감각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장르물일수록 수많은 '원조'들을 뚫고 제대로 빛을 발하기가 어렵다. 아이디어는 때로 반짝하고 말기도 하며, 뛰어난 요소를 둘러싼 뻔함이 역효과를 자아내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컨택트>는 여러 번 반복된 이야기를 가지고 깔끔하고도 탄탄한 SF를 완성시켰다.
완전한 미지인 외계와의 조우. 이렇게 적으면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른 영화를 떠올릴 정도로 다양한 작품에서 소개된 소재임에도 <컨택트>는 이를 묵직하게 풀어낸다. 이 영화는 인간이 전혀 접해본 적 없는 새로운 존재를 만났을 때 느끼는 감정을 다양하게 담아낸다. 두려움이 될 수도, 경외가 될 수도 있는 그 감정을 <컨택트>는 최종적으로 '경이'로 귀결시킨다.
<컨택트>는 언어학자 루이스(에이미 아담스)가 콜로넬(포레스트 휘테커)을 통해 공식적으로 외계생명과의 교류를 담당하게 되며 시작된다. SF에서 극적으로 그려지는 조우는 <컨택트>에서 극히 발단부에 불과하고 오히려 이들과 여러 번 다시 만나는 과정 속에서 세계정세, 물리학자 이안(제레미 레너)과의 교류, 루이스가 겪게 되는 변화들을 짚어가며 심도 있는 내용을 담는다.
특히 중요한 건 인간과 외계인의 교류를 언어학적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이는 장르물 팬이라면 기대할 신선함을 선사함과 동시에 대개의 영화에서 여전히 남성이 중심인 것과 달리 루이스를 중심으로 전개해 나가는 <컨택트>만의 특징을 부각한다. 원작을 읽어본 사람이라더라도 <컨택트>가 보여줄 언어의 묘사가, 원작을 읽지 않았더라도 영화 속 관계나 인물 구성이 흥미로울 것이다.
영화 내내 스크린에서는 그런 경이의 감정을 느낄 만한 미장센으로 채워진다. 사각 앵글의 사용이 없는 <컨택트>에서 대부분의 쇼트는 수평적인 이미지를 끝까지 밀어붙여 안정적이면서도 트래킹을 사용해 역동적으로 만든다. 쉘이 반원의 형태로 수직적인 것에 비하면 루이스를 비롯한 인간들이 마주하는 장면들은 수평의 이미지로 채워져 강한 대비를 남긴다. 모르는 것이 더 많을수록 재밌을 작품이기에 구체적으로 언급하길 피하자면 사각과 원의 대비 역시 빛난다.
또한 영화 말미 여운을 남기는 엔딩은 물론이고 다시 곱씹어보기에도 충분한 인용, 복선들이 영화 전반에 깔려있다. 몇몇 부분은 다시 생각했을 때 다소 억지가 아니었나 싶다가도 대부분의 요소가 충실하게 영화의 주제, 그리고 전개에 더욱 살을 붙여준다.
원작자인 테드 창, 서서히 거장으로 자리매김 중인 드니 빌뇌브 감독의 손길이 닿아서일까, 개인적으로는 이 한 편의 영화에서 많은 문화적 원류를 찾을 수 있었다. SF 작품은 물론이고 문학이나 영화에서 영감을 받았을 법한 요소들이 영화의 무게감을 더했다.
관람하면서 '예상 외다'라고 느낀 부분이 적잖았기에 구체적인 내용을 피하더라도, 배우들의 연기는 백문이 불여일견. 에이미 아담스는 이 작품의 중심에서 완벽하게 몰입해 두려움에도 꾸준히 탐구를 계속해나가는 언어학자의 면모로 관객들을 이끈다. 다른 배우들의 호연도 뒷받침되지만 에이미 아담스의 활약이 단연 돋보인다.
영화 전반을 꼼꼼하게 채우는 사운드와 간결하고도 뚜렷한 콘셉트로 구성된 미장센, 그리고 시종일관 관객들을 압도하는 스토리까지 <컨택트>는 SF가 어떻게 상상과 통찰이 조화를 이루는지 보여준다. 다소 늦은 개봉에도 전혀 희석되지 않은 <컨택트>의 여운은 관객들에게 지적이고 우아한 SF의 쾌감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