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를 대표할 또 하나의 이미지
어떤 의미로든 <문라이트>는 오랫동안 거론될 만한 작품이다. 'N관왕'이란 수식어처럼 영화적 완성도도 높을뿐더러 영상미, 연기, 음악 등 어느 하나 부족하단 느낌이 전혀 없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 시대를 대표할 이미지'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물론 <문라이트> 역시 호불호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영화에서 다루는 소재, 그리고 그것이 작품에 담기는 태도는 '이 얘기를 이렇게 할 수가'라는 감탄 혹은 괴리감을 동시에 안길 수 있다.
그럼에도 각 요소들을 보면 관객들이 '세련되다'라고 느끼는 감각들로 가득하고, 소재 역시 지금 사회에서 가장 대두되고 있는 사회적 약자(빈부, 인종과 성적 취향)를 다루면서 보는 이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가장 사적인 개인사를 통해 개개인은 물론 사회적 관점까지 새롭게 관철한다.
<문라이트>의 영상과 음악의 사용법을 보면 자비에 돌란 감독의 작품들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기본적인 광량을 높게 사용해 강한 색감을 잡아내고 음악적 감성을 담은 몽타주를 선사하는 등 그런 세련미를 과시한다. 약 20년 간의 이야기를 담으면서도 이런 영상미는 일체감을 줘 영화가 주는 감성을 관객들에게 더 깊게 새긴다.
반면 2시간가량 반복되는 이런 스타일과 크나큰 사건이 아닌 한 사람의 삶을 따라가는 스토리가 결합되면서 다소 힘이 빠지는 부분도 있다. 다행히 후반부로 가면서 다시 감정선을 뚜렷하게 따라가 고조되기도 하지만.
<문라이트>가 흥미로운 건 명백히 한 사람의 인생을 따라가는 스토리를 가지고도 세 번의 막 분류를 제시한다는 것이다. 이는 극 중 대사처럼 '뭐가 될지 결정해야 하는 순간'과 맞닿아 영화를 다시 곱씹게 한다.
때때로 이런 작품을 접할 때면 정말로 그 문화에 살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지 않은가 생각한다. <헤이트풀 8>에서 '니거'와 '블랙'이란 어감의 차이를 머리로는 알아도 바로 와 닿지 않듯, 마약이라던가 사회의 차이점을 보면 좀 더 이해할 수 있길 바라게 된다.
쏟아지듯 개봉작이 몰아치는 이 시기에도 <문라이트>는 반드시 봐야 할 작품 중 하나라 생각한다. 여러 번 언급했듯 이 작품은 내적인 내용물을 떠나 외적으로도 분명 풍부하게 '시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