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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thaul Mar 15. 2017

패트리어트 데이

삶의 부지불식에도 Stay Strong

삶의 대부분은 제멋대로 일어나는 일들로 채워진다. 때로는 전조처럼 증상을 먼저 보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삶을 흔들만한 것은 갑작스러운 사고에 가깝다 싶을 정도다. <패트리어트 데이>는 의도된 사건이자 대다수에겐 전조 없는 사고와도 같았던 2013년 보스턴 마라톤 테러 사건을 정교하게 영화에 녹인다.


최근 세계적으로 떠들썩한 테러가 소재여서였는지, 작년 <설리-허드슨 강의 기적>에 큰 감명을 받았기 때문인지 그렇게 큰 기대를 하진 않았다. 토미(마크 월버그)가 무척 제멋대로인 경찰로 소개되는 오프닝은 꽤 인상 깊었지만, 영화가 시작되고 인물 소개가 줄줄이 이어지는 핸드헬드 위주의 장면을 보면서도 '실감 나게 찍으려 했나 보다' 같은 상투적인 느낌도 적잖았다. 


그러나 테러가 발생하며 (이런 사건에 이런 관형사도 쓰고 싶지 않지만) 전개가 본격적으로 궤도에 오르자 삽시간에 영화의 몰입감이 높아졌다. 피터 버그 감독은 이 영화를 단순히 핸드헬드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각종 매체의 영상을 최대한 활용했다. 핸드폰, CCTV 등으로 엿보는 현장은 제작진의 뛰어난 현장 구현과 사건 자체가 가지는 충격이 더해져 극도의 긴장감을 빚어낸다.


<패트리어트 데이>가 가장 재밌는 건 이 시점부터 그려지는 일련의 과정들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면 지나치게 작위적이거나 혹은 심심한 경우가 발생한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는 '주인공'이란 말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사건'을 묘사하는데 충실하다. 오프닝에서 소개된 이들은 영화 도중에서도 끊임없이 각자의 사연을 안고 비치지만, 그렇다고 그들에게 과한 의지나 상징을 투사하지 않는다. <패트리어트 데이>는 인물을 그리는데 딱 적당히 치고 빠질 줄 아는 미덕을 가지고 영화를 전개하며 이는 말미에 '보스턴 마라톤 테러 사건'이 남긴 상징에 고스란히 통합된다.

거기에 명배우 열전까지.


그러나 이런 실감은 큰 충격을 안긴 후 영화의 느슨함을 감출 수 없다. 사건을 극화하지 않고 재구성한 만큼 사건과 인물들의 묘사에 충실해 사건 이후 다소 지루한 부분을 메우기에는 조금 역부족이란 느낌이다. 특히 마무리에 가서 쏟아지는 '교훈'은 그 마음은 알겠지만 뺏으면 영화가 더 담백하지 않았을까 싶다. 


한국 관객 한정일지 몰라도 작중에 그려지는 철두철미한 시스템에도 내심 감탄하게 된다. 사실 영화를 보면 시스템보다는 시민의식에 적합하다. 실제로 이 사건의 해결엔 단순히 경찰, FBI 같은 공권력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의지가 더해진 셈이니까. 


이 영화는 필람 영화로 해두고 싶다. 영화 자체의 빼어남도 있지만 그 이상으로 작품의 콘셉트와 이야기의 힘이 완벽하게 결합했다. 훗날 미국 역사의 교재가 될 만큼 이 사건이 잘 구현된 작품이기에 많은 이들이 작품을 통해 그 안에 담긴 의식을 느껴보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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