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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랑, 그리스

예상치 못한 선물 같은

by sotha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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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명시된 그리스라는 나라와 세 이야기로 구성된 옴니버스 영화라기에 내심 우디 앨런 식의 로맨틱 코미디, 혹은 그보다 좀 더 따듯한 이야기일 거라고 예상했다. 포장을 뜯어본 <나의 사랑, 그리스>는 예상과는 달랐다. 그래서 더욱 뜻밖의 선물처럼 느껴졌다.


온기가 가득한 포스터와 달리 <나의 사랑, 그리스>는 첫 장면부터 꽤 파격적으로 시작한다. 과감하게 조명의 점멸을 활용하고 한 이야기 안에서도 갈래를 퍼뜨리면서 영화를 이끌어나간다. 그리스를 배경으로 각각의 이야기는 현재 세계정세와 현대인들의 심리를 녹여내 단순한 멜로 영화가 아님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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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이 작품에서 가장 돋보이는 요소다. <나의 사랑, 그리스>는 시작부터 사랑의 신 에로스에 대한 설명을 하고 남녀 간의 사랑으로 중심으로 한 세 이야기로 구성하면서도 이 ‘사랑’이 단순한 애정이 아닌 일종의 ‘박애’로 확장되는 순간을 영화에 그려낸다.


이렇게 메시지가 뚜렷한 작품인 만큼 곳곳에서 빛나는 감독의 연출력을 엿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부메랑’ ‘로세프트 50mg’ ‘세컨드 찬스’는 인물들의 나이대와 상황이 다 다르고 그것이 곧 화면을 구성하는 미장센으로 드러난다. ‘부메랑’은 수평적인 화면으로, ‘로세프트 50mg’은 유리에 비치거나 어긋난 모습으로, ‘세컨드 찬스’는 긴 매장 터널을 함께 동행하는 모습으로 각각의 이야기에 맞춰 이미지를 구축한다.


그래서 세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면서도 상대적으로 영화가 반복된다는 느낌이 적다. 이야기를 관통하는 정서도 다른 데다가 매 이야기가 빚어나가는 이미지도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후반부에는 이 이야기를 총집합시키는 구성으로 넓은 의미를 사랑을 전하는 방법 역시 탁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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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만의 센스라면 그리스인과 외국인 간의 관계를 그리는 과정에서 언어를 이용한 유머를 적재적소에 넣는 편이다. 가볍게 시작해서 무겁게 나아가는 게 일반적이라면 이 영화는 반대로 의외의 무거움으로 시작해 그것을 영화의 온기로 바꿔나가는 것이 매력적이다. 여러 인물들의 화합이 중요한 작품답게 배우들의 호연도 인상적이다.


주연, 극본, 연출 1인 3역을 해낸 크리스토퍼 파파칼리아티스의 시선이 고스란히 담긴 <나의 사랑, 그리스>는 또 한 명의 수재를 발견했다는 벅찬 마음이 들 정도로 잘 만들어진 작품이다. 무엇보다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따스한 시선에 고개를 끄덕거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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