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알못'도 즐겁게 볼 수 있는
먼저 '분알못'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 8편이 처음으로 접한 '분노의 질주'란 걸 명시해야 할 것 같다. 그럼 점에서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은 필자에게 '분노의 질주'가 왜 사랑받는 시리즈인지 알게 하면서 동시에 시리즈물이기에 쥐고 있는 단점이 명확해 보였다.
이 영화는 말이 안 되는 걸 말이 되는 듯하게 능청 떠는 맛이 있다. 무작정 무겁게만 만드는 게 아니라 스트리트 레이싱으로 도입부를 연 후 그 에너지를 받아 이후 전개를 이어나간다. 꽤 막중한 임무에도 로만과 테즈의 입담과 각 캐릭터들의 성격이 영화에 윤활유 역할을 해준다.
영화를 보면서 가장 감탄했던 것도 바로 이 캐릭터들의 활용이다. 이렇게 팀 위주 액션 영화들도 대부분 4명을 사용하는 건 그만큼 많은 인물들을 만들었을 때 낭비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노의 질주' 가족들은 다소 클리셰에 가까운 성격으로도 시너지를 발휘하고 존재감을 남긴다.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필자에게도 그렇게 보였으니 팬들이 이 시리즈를 아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명불허전, 자동차 액션들은 일품이다. 조금 다른 예지만 <미션 임파서블>의 <데스 프루프> 버전이란 느낌이 들 정도로 자동차 액션이란 다소 'B급 코드'로 A급 액션들의 센스를 집어넣은 게 시각적으로 파격적이다. 물론 '스피드'보다 '물량'에 더 힘을 줬다는 느낌은 다소 아쉽긴 하다.
그럼에도 가장 아쉬운 건 시리즈의 연장선에 그친다는 것이다. 캐릭터의 전사나 이전에 전개됐던 스토리에 대한 건 어느 정도 감안하겠으나 영화에서 가장 큰 '돔의 반전'이란 부분이 이 영화만으로는 정확히 이해할 수 없게 구성된 건 아쉽다. 감정적으로 반은 이해가 가면서도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스포일러이기에 생략).
또한 중반까지는 스피드가 동반된 자동차 액션이었다면 종반부 액션은 물량으로 밀어붙이고 이 영화만의 독창성이 줄어들어 아쉬움을 남긴다. 136분이란 긴 상영시간에서 가장 흥미진진해야 할 클라이맥스가 맥없이 종결되는 느낌이다. 물론 이 종반부에도 캐릭터들이 고군분투하며 재미를 주지만.
단일 영화로는 아주 대단하지 않지만 그래도 '분노의 질주' 시리즈의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극장 문을 나서면서 정주행을 해봐야겠다는 마음이 들 정도였다. 좀만 더 액션을 응축했더라면(그리고 예고편에서 덜 보여줬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남겨둔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