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상상하지 못한 괴작
<콜로설>을 규정할 수 있는 단어는 명작, 수작, 평작, 졸작 등이 아니다. 괴작. <콜로설>은 딱 그 말이 어울리는 영화다. 보통 '괴작'이라고 했을 때 포함되는 '졸작' 수준의 영화는 아니지만 좋은 아이디어와 소재, 배우들을 모조리 독창적인 요소에 억지로 욱여넣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이 영화를 보고 나오는 순간 화가 났다. 너무 못 만들어서? 아니다. 오히려 이 영화가 굉장히 특이한 시선을 가지고 있었고 그래서 마음에 들 뻔했다. 그러나 <콜로설>은 멈췄어야 하는 순간 급발진해 결국에는 통제불능의 순간을 맞이하고 말았고, 그래서 그 '적절함'을 놓친 것이 아쉬워 화가 난 것이었다.
미국의 한 사람 때문에 서울에 괴수가 생겨난다. 기본적인 설정도 그렇고 풀어나가는 방식도 참신하고 재밌다. 특히 단순히 신나 보이는 것 같았던 '괴수 놀이'가 어느 순간 무거운 짐으로 전환한다는 전개도 <콜로설>이 단순히 순간의 영감에만 의지한 건 아니라고 알 수 있었다.
그러다 중간을 넘어가면서 사이코 드라마로 변모하는데, 뭐 그것도 그럴 수 있다. 이야기의 톤을 바꾸면서도 그 긴장감을 이어나가는 실력은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그러면서 포기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오스카(제이슨 서디키스)를 제외하면 두 명의 동네 친구는 공기 비중이 되고, 글로리아(앤 해서웨이)의 과거 역시 활용되지 못해 그냥 언급되는 수준에서 넘어간다. 전체적인 그림은 분명 염두한 것 같은데 세세한 부분은 텅텅 비어있는 걸 지켜보는 것 같다.
만일 이런 세세한 부분들이 채워졌다면 영화의 '떡밥질'에도 흥미가 생길 텐데, 점차 속 빈 강정임을 알게 되면서 글로리아와 오스카의 기싸움도 그저 반복적인 지루함만 남긴다. 결국 <콜로설>은 독창적이고 그럴싸한 작품임에도 관객이 진득한 애정을 갖기 어려운 영화이다.
하지만 <콜로설>만이 가진 정서에는 동의한다. 극단적으로 비판하고 싶은 것도 그만큼 이 영화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태도가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좀 더 빡빡하게 영화를 만들었더라면, <콜로설>은 의외의 영화로 선정해도 무방했을 것이다. 이미 완성본이 나온 지금은, 그저 꿈에 불과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