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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도동 Feb 13. 2024

[일일일글] 다듬기

찔끔찔끔 다듬어진 완성

- 이전에 F&B 회사 콘텐츠 마케팅팀에서 일했을 때의 일이다. 그 당시 회사가 가지고 있는 7개 정도 되는 브랜드의 SNS 콘텐츠를 관리하는 일을 했다. 처음 출근하기 전까지 나는 엄청 긴장했다. 이전엔 촬영 경험이 없었는데, 이곳은 촬영이 메인 업무였기 때문이다. 입사 전, 계정에 올라오는 사진들을 많이 봤었다. 노련한 사람이 한 번에 음식들을 탁탁 배치해서 찍는 줄 알았다. 그러니까 그렇게 완성도 있는 사진들은 한 번에, 깔끔하게 촬영되는 건 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난 그렇게 하지 못하는데 어쩌지-라며 불안에 떨다가 그렇게 출근을 하게 됐다.

- 선임을 만났다. 그분은 나에게 촬영하는 전 과정을 한 번 옆에서 보라고 했다. 그때 처음 알았던 것 같다. 완성된 결과물들은 모두 더듬더듬, 찔끔찔끔 수없이 다듬어지며 만들어지는 것들이었다고. 그러니 나도 열심히 매만지면 닿을 수 있는 완성도였다고. 프레임 밖에서는 사진 한 장을 위해 음식 각도를 엄청 변경하고, 조명을 조절하고, 그릇과 커틀러리들을 수없이 배치했다. 1초가 조금 넘는 빵 찢는 장면 하나를 위해 많은 빵이 찢겼다. 역시 한 번에 되는 건 없구나.

- 그때부터 나는 내가 만든 완성품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완성된 것"에서 "제작 중인 것"으로 혼자 이름을 바꾸고, 찔끔찔끔 다시 매만졌다. 나이키 로고처럼 한 번에 촥-그어서 끝나는 완성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완성 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있다면, 수없이 다듬으면 어떨까 싶다. 그럼 언젠가 완성되니까. 그 완성은 타고난 재능은 필요 없다. 오로지 꾸준함과 미련한 노력만 있으면 가능하다.



- 갑자기 추억 여행을 첫 출근날로 해버리며 다듬기의 글 마침.

- 표지 일러스트 출처 : 핀터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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