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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도동 Feb 14. 2024

[일일일글] 해상도

세상이 나에게만 360PX이라면 뭘 해야 할까?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_오늘부터일지 오늘만일 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오늘의 이야기는 구어체로 하고 싶어서 이전과 말투가 약간 다를 수 있다는 점 알려드립니다.

 

요즘 소설을 읽기 시작하고 있어요. 너무 어려워서 읽지 못했던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이라는 미완성 벽돌 소설인데요. (미완인데도, 3편으로 나뉘고, 각 편은 약 600페이지 정도의 분량.) 도스토예프스키라는 러시아 작가의 생전 마지막 소설입니다. 이 작가에 대해 모르던 때에 이 책은 저에겐 너무 어려운 책이었어요. 작가가 왜 이런 인물들을 만들어낸 건지, 왜 이런 날 것의 면모들을 보여주는 건지 알 수 없었거든요. 그 당시 저에겐 적나라한 단면을 보여주는 소설을 읽는 행동이 부담스러웠던 것 같습니다. 작가의 의도를 몰랐으니까요.

 그런데 요즘 다시 읽기 시작한 이유는 민음사 tv 덕분입니다. 편집자분들이 도스토예프스키라는 작가의 일생을 알려주고, 그가 이 책을 집필하기 전엔 어떤 책을 썼는지, 당대 어떤 작가들과 영향을 주고받았는지 등 이 책이 탄생하기 전 일련의 과정들을 재밌게 설명해 주는데요. 이 영상 하나로 배경 지식을 얻게 되니 이 책을 이 책을 읽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바로 어제 책을 펼쳤고, 이전과는 달리 노력 없이 술술 읽히더라고요. 이 책이 어려웠던 이유는, 책의 난이도보단 알 수 없는 것을 내 안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아서였던 것 같아요. 내 시력은 두꺼운 안경을 써야 겨우 보일만한 수준인데, 눈앞에 섬세하게 커팅한 보석을 가져다 놓아도, 제 눈엔 유리 덩어리일 뿐인 것과 같았어요. 이것의 진면모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읽히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아무튼 어제부터 이 책 덕분에 또 새로운 생각들이 몽글몽글 제 안에 피어나는 중입니다. (좋은 징조예요. 요즘 다시 우울해지고 있어서 얼른 저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려줄 영감이 필요했거든요.)


 여러분은 혹시 한동안 트위터에서 유명했던, 일본인의 트윗을 아시나요? 아래에 사진을 첨부할게요.

 

 저는 일본어 까막눈이라 해석본의 도움을 빌리자면, 이런 내용이에요. "공부란 '머릿속에 정보를 쑤셔 넣는 행위'가 아니라 '세상의 해상도를 올리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뉴스의 배경음악에 불과했던 닛케이 평균 주가가 의미를 지닌 숫자가 되거나 외국인 관광객의 대화를 알아들을 수 있게 되거나 단순한 가로수가 '개화 시기를 맞이한 배롱나무'가 되기도 한다. 이 '해상도 업그레이드감'을 즐기는 사람은 강하다."

 이 트윗은 우리나라에서도 한동안 공부라는 행위는 세상의 해상도를 올려주는 것이라는, 공부에 대한 색다른 시각을 제시해서 유명해진 글입니다. 저도 작가에 대한 배경 지식을 얻기 전후로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이라는 책에 대한 해상도가 달라졌어요. 사실 저는 예체능 준비생이라는 타이틀 아래에서  필요 없다는 공부는 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그런지 뒤늦은 나이에 나에게만 뿌연 세상을 괜히 원망했습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세상은 그 자체로 절 더 그 자리에 꼼짝하지 못하게 만들었거든요. 하지만 알면 알수록 눈앞의 안개가 점점 걷히고 시야가 확보되기 시작한다는 걸 알게 된 시점부터는 여기저기 관심을 가지고 알려고 하게 된 것 같아요. 공부는 단순히 대학을 가기 위함에 그치는 게 아닙니다. 아마도 우리가 동물이 아닌 인간으로서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어쩌면 가장 필요한 부분이 아닐까요? 다들 관심이 가는 것부터 열심히 공부해서 같이 이 세상의 안개를 걷어봅시다!


- 표지 일러스트 출처 : 핀터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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