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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도동 Feb 12. 2024

[일일일글] 고백

창작을 하려면 솔직해져야 하는 이유

- 창작을 하려면 결국엔 나의 가장 오래된 비밀들을 꺼내야 한다. 그렇게 하게 된다는 걸 인스타툰을 시작하며 알게 되었다. 일상물을 하더라도 왜, 그런 감정을, 생각을 행동을 했는지, 어떤 과거가 지금에 영향을 주게 된 건지 말하게 된다. 그게 자연스러운 스토리텔링이다. 난 그 부분을 꺼내지 못한다.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 표출되는 말과 행동의 뿌리는 다 가족이기 때문이다. 한 번은 창작자가 되기 위해, 그리고 다음이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어머니에게 내 상처를 말한 적이 있다. 어른이 되면 부모와 아무 상관없다, 오로지 너의 탓이라는 말을 들었고 본전도 건지지 못했다. (그녀는 여전히 본인의 현재 모습에 불만하며, 당신 부모님부터 남편과 우리까지 탓하는 중이지만) 그 당시 나는 우리나라 최고 대기업을 다니는 아버지와 잘 챙겨주는 어머니를 아래 해맑게 큰 딸의 이미지를 추구했다. 불온전한 가족임을 티 내고 싶지 않았다.

- 인스타툰을 연재하지 못한 이유를 말하지 못했다. 그저 힘들어서-라고만 말했을 뿐. 친구들이 알고리즘을 탈 때 그냥 계속 연재하지 아쉽다고 말했지만, 나는 그 당시 솔직하지 못했다. 그래서 아쉽진 않다.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기 위해 연재를 계속한다면, 나는 아직 신경 쓰이는 상처를 계속 보여줘야 했기 때문이다. 나를 다 보여주면서까지 성공을 원할 정도로 속세에 찌들지 못한 걸지도 모른다.

- 그래서 오늘은 수많은 고백 중 하나를 털고 딱 그만큼 가벼워지고 싶다. 내가 가진 성씨는 내 성씨가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고모와 내 아버지는 아버지가 다르다. 할머니는 남편이 셋이다. 그래서 우리 집은 이번 연휴에도 집에서 조용히 지냈다. 친척들과 만나거나 제사를 지내는 건 내가 태어나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다. 남들이 친척들과 카톡을 한다고 했을 때 그게 너무 부러웠다. 작년, 10년 만이다. 사촌언니를 사촌오빠 결혼식장에서 만났다. 언니가 아기가 많이 컸다며 신기하게 바라보는데, 갑자기 마음이 저릿했다. 나도 친한 사촌 언니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언니한테 나중에 연락해도 되냐고 물었다. 언니는 웃으며 편하게 연락하라며 연락처를 주었다. 그러나 아직도 연락하지 못하는 중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당연한 모든 게 나에겐 너무나 어색하다. 그게 내가 만든 상황이 아니라 한 번씩 슬퍼지기도 한다.


- 시원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알 수 없는 기분을 느끼며 고백의 글 마침.

- 표지 일러스트 출처 : 핀터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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