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뭘 하고 있는지 공유하자. 단, 입으로는 금지.
하고 싶은 게 엄청 많은 저는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걸 좋아합니다. 그래서 할 줄 아는 것도, 아는 것도 많은 사람이지만 얕은 게 단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래서 저는 조금 느린 편입니다. 한 가지만 파서 성과를 이뤄내는 사람은 아니지만, 다양한 걸 해보다가 마음에 동하는 걸 발견하면 조금 더 깊이 파볼까? 하는 생각으로 느리지만 꾸준하게 파긴 합니다. 그게 저는 그림과 글이었어요. 항상 생각이 퐁퐁 솟아나고, 제 주변엔 상상이 뭉게뭉게 저를 감싸고 있습니다. 그것들에 가려 저는 제 주변이 잘 보이지 않아요. 그래서 현실성 없다는 말을 많이 듣는 것 같기도 합니다. 아무튼, 그래서 지금이라도 제가 좋아하는 게 뭔지, 꾸준히 할 수 있었던 게 뭔지 알게 됐어요. 돌아보니 그림이라는 흔적을 가장 많이 남겼더라고요. 조금 더 글로벌하게 가 보기로 했습니다. 국내와 외국까지 디자이너라면 모두 알고 있을 만한 포트폴리오 업로드 사이트, "비핸스"라는 곳에 제 일러스트를 업로드했습니다. 처음에 올리려 했던 이유는 그저 모아놓고, 공유하고 싶어서였어요. 나도 꾸준히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증명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동안 그렸던 그림을 모아 보여줄 만한 것들을 추립니다. 그리고 하나씩 업로드를 합니다. 갑자기 종모양 아이콘에 알림이 하나 뜹니다. 한 외국인이 댓글을 남겨 주었습니다.
건조한 듯 하지만 제 일러스트 포트폴리오에 달린 첫 댓글이었어요. 물론, 그 평가를 받은 그림체는 제가 즐기는 그림체도 아니었고, 상업용으로 사용하면 좋을 것 같은 스타일이었기에 앞으로 제가 그려나갈 그림 방향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그림이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정확히는 돈을 벌 수 있게 하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 많이 고민해야겠습니다.
댓글을 적는 사람은 그 문장 한 마디를 적기는 쉬웠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평가에 목마른 창작자의 입장에서는 쉽게 나온 반응도 어렵게 해석하게 되는 것 같아요. 사실은 그저 꾸준함을 보여주고 싶은 거였지만, 그 의도 안에는 사람들이 내 창작물을 보고 반응해주길 바라서였으니까요. 어떻게, 얼마나 반응하냐에 따라 제가 앞으로 어떤 창작을 해서 벌어먹고 살아야 하는지 갈피를 잡을 수 있으니까요. 여러 의미에서 공유는 참 중요한 것 같다고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