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처럼 살았는데 힘들다면 이제부턴 날 믿어보자.
요즘 기상 시간을 점점 늦추는 중입니다. 한동안 회사에 다닐 땐 하루를 꽉 차게 보내다 못해 시간을 더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학생 때도 잘하는 미술 하나만 믿고 보통의 인생을 살았는데. 어른이 되어 둘러보니 다들 미라클 모닝이며 갓생이며 여기저기서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나만 너무 여유로운 것 아닌가 싶었어요. 끊임없이 비교하며 내 인생이 지금 이 수준인 건 (사실 그 상태도 충분히 잘 살고 있고 정답은 없는데도) 남들처럼 갓생을 살지 않아서 그래, 미라클 모닝을 하지 않아서 그래. 이런 생각들을 하며 현 상태를 나쁘게만 바라보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어찌 보면 과하게 열심히 살아서 얻는 게 뭔지도 모르고, 나와 맞는 생활 패턴인지도 모르는데 말이죠. 한동안 열심히 사는 인생에 대한 환상에 빠져있을 땐 새벽 4시에 일어나 헬스장과 산에 갔습니다. 삼시 세 끼도 클린 한 음식만 먹었고, 출퇴근 길에는 멀미에 괴로워하면서도 책을 읽었어요. 돌아보니 하루를 꽉 채우는 데 급급해서. 그것들이 나에게 진정 필요한지, 나에게 남는 게 있는지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돌아보면, 회사 생활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대견한 저였습니다. 그런데 만족하지 못하고 남들이 하는 대로만 따라갔던 것 같아요. 아마 겁쟁이라서 그랬을지도 모릅니다.
지금 내 시간과 노력을 부어서 열심히 살았는데 결과가 좋지 않다면, 남들이 하는 대로 했으니 남을 탓하면 됩니다. 하지만 오로지 내 주관대로 했을 땐? 날 탓해야 하는데, 그게 무서웠던 것 같아요. 한 치 앞도 모르는 미래. 내가 누구라고 날 믿지? 날 믿고 열심히 살았는데 얻는 게 없으면 어쩌지? 걱정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젠 안 그러려고요. 남들처럼 살아보니 나에게 맞지 않고 오히려 하루하루가 버겁고 제대로 집중하는 일도 없다는 건 알게 되었습니다. 제 노력이 부족했을 수도 있고, 진짜 맞지 않아서일 수도 있죠. 그러나 딱 한 가지 알 수 있는 건, 적어도 현재의 내가 재밌고,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갓생과 미라클 모닝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제 안 하려고요. 대신 내가 잘하는 것 하나를 제대로 하기 위해 저는 푹 자고, 푹 쉴 예정입니다. 남들보다 느릴 순 있겠죠. 그렇지만 어쩌겠습니까. 아무리 건강한 음식이라도 내 입에 맞지 않으면 먹을 수 없듯이 살아가는 방식도 마찬가지 아닐까 생각합니다. 앞으로 제 주관이 맞든 틀리든, 일단 내가 무언가 열심히 하고 있다면 너무 힘들지 않은 선에서 여유를 즐기며 살려고 합니다.
- 표지 일러스트 출처 : 핀터레스트